"지금까지 이세돌 사범과의 번기 승부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데 이번에 전통 있는 기전인 명인전에서 승리해서 더욱 기쁩니다."
국내 랭킹 4위 '독사' 최철한(28)이 제41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결승 5번기에서 이세돌(30)을 3대2로 물리치고 20개월 만에 다시 타이틀홀더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독사'와 '쎈돌, 두 선수의 별명대로 국내 최고의 싸움꾼이 맞대결을 펼친 이번 결승 5번기는 매판 치열한 난타전의 연속이었다. 특히 두 선수가 2대2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벌어진 결승 5국은 근래에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초반부터 두 선수가 한 치도 양보 없이 맹렬히 몸싸움을 벌이다 이세돌이 사활을 착각해 대마가 잡히는 바람에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되는 듯했지만 곧이어 이세돌의 불같은 반격이 시작됐다. 이후 바둑판 곳곳에서 치열한 패싸움이 벌어졌고 이세돌이 악전고투 끝에 모든 패를 다 이겨 다시 형세가 뒤집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드디어 역전됐다 싶은 순간 이세돌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는지 제대로 마무리했으면 1집반 정도 이길 수 있었던 바둑을 마지막 끝내기 단계에서 깜빡 수순을 틀리는 바람에 거꾸로 1집반을 지는 상황에 처했다. 게다가 공배를 메우는 과정에서 이세돌이 단수를 보지 못해 대마가 잡히는 해프닝까지 등장했다.
결국 바둑은 불계로 끝났지만 두 선수가 아쉬운 마음에 정상적으로 수순이 진행됐다고 가정하고 다시 계가를 해 봤더니 역시 1집반 차이였다. 이세돌이 너무나 아쉬웠는지 바둑이 끝난 후 검토실에서 한참 동안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미쳤어, 미쳤어."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아픈 마음을 달랬다.
최철한의 국내 기전 우승은 2012년 4월 십단전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그동안 올레배, 국수전, 천원전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이로써 프로 통산 우승 횟수는 15회로 늘었다. 이 가운데 세계대회가 2회(응씨배, 중환배), 국내대회가 13회다.
최철한은 "올해 전체적인 성적은 괜찮았으나 우승을 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는데 연말에 큰 선물을 받았다. 임신 중인 아내에게 이 영광을 바치겠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한편 최철한은 내년 초부터 박정환과 천원전 결승전을 시작하며, 이세돌은 1월 2일부터 조한승과 국수전 도전기 잔여 대국과 구리와 10번기 대결이 예정돼 있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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