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에서 뛴 용병 중 200만 달러를 넘지 않는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외국인 선수의 몸값이다. 모 감독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용병 시장의 현실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외국인 선수 몸값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구단이 단돈 30만 달러(약 3억 1,755만원)를 투자해 거물급 용병을 잡았다고 하자 연봉 상한 제도 무용지물론이 또 한 번 고개를 들었다. 현재 야구규약에는 외국인 선수 연봉은 옵션을 포함해 30만 달러를 넘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 수뇌부가 칼을 빼 들었다. KBO는 내년 1월7일 열리는 실행위원회(단장 모임)와 이후 개최되는 이사회(대표 모임)에서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30만 달러 제도'의 철폐를 추진할 예정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단장들은 19~20일 제주도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용병 몸값 상한선을 손질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한 구단 단장은 20일 "이번 워크숍에서 상한선을 인상할지, 아니면 완전히 없앨지 결정한 것은 아니다. 다들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했고 KBO가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기로 했다"며 "다음달 실행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올해 용병 몸값 논란은 SK가 영입한 루크 스캇이 도화선이 됐다. 스캇은 2011년을 제외하고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매년 90경기 이상을 뛰었다. 올 시즌엔 탬파베이 레이스 유니폼을 입고 91경기에 출전, 타율 2할4푼1리에 9홈런 40타점을 올렸다. 그의 연봉은 275만 달러. 하지만 SK는 고작 30만 달러를 연봉으로 주는 조건에 스캇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 두산이 영입한 호르헤 칸투, NC가 잡은 에릭 테임즈, 삼성의 유니폼을 입은 오른손 투수 존 데일 마틴 등은 도저히 30만 달러로는 데려올 수 없는 수준들이다. 일부 구단은 원소속팀에 이적료까지 지불하고서 선수에게는 높은 연봉을 안겨줬다는 후문이다. 특히 최근엔 해외 언론이나 트위터를 통해 외국인 선수의 실제 연봉이 공개되고 있고 '30만 달러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KBO도 일단 연봉 상한선을 없애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해외에서 이름난 선수를 영입하는 만큼 연봉을 확실하게 밝혀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연봉 상한을 50만 달러나 100만 달러 안팎으로 높이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아무리 유명무실한 연봉 상한 제도라 해도 협상 과정에서는 분명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 단장은 "만약 연봉 상한 제도가 없어지면 외국인 선수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지금 협상 실무자들은 '국내에는 연봉 상한 제도가 있어 너무 과한 연봉은 줄 수 없다'고 말하는 상황"이라며 "어쨌든 현 30만 달러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데는 큰 틀에서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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