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 측근의 망명설이 널뛰면서 혼선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가 망명설이 처음 제기된 이후 지난 2주간 사실여부에 대해 함구하는 사이 온갖 추측과 전언이 보태져 망명 측근 수가 당초 한 명에서 수십 명으로 늘어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양상이다.
이처럼 억측이 난무하는 것은 복수의 사람으로 추정되는 장성택 측근이 중국 당국과 주중 한국대사관이 아닌 우리 정보당국의 안가에 머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정보당국은 중국 여러 곳에 비밀은신처인 안가를 두고 점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어느 한곳이 중국 공안에 적발될 경우 다른 곳까지 피해가 미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대북 소식통은 19일 "장성택 측근이 안가에 있지만 정보가 차단돼 정확히 몇 명이 있는지, 어떤 인물인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여러 입소문이 더해져 이런저런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당국은 북한의 주요 고위급 인사가 망명을 요청할 경우 통상 대사관으로 인도해 신변을 보호한다. 대사관은 치외법권 지역이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북한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황장엽 노동당 비서도 1997년 2월 당시 우리 대사관을 통해 망명을 요청했다.
하지만 주중 대사관은 북한 인사의 신원이 노출되는 단점이 있다. 황장엽 망명 때 동선이 노출되면서 북한이 '민족의 역적' '반역자'라며 거세게 반발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와 달리 안가는 비공개로 탈북자의 신원을 처리할 수 있다. 반면 중국 공안의 단속대상이라 신변이 불안하고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바꿔 말하면 안가에 머무는 탈북자는 거물급 인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가 말을 아끼면서도 "우리 공관에 머물고 있는 사람 중에 장성택 측근은 없다"고 부인하는 것은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탈북자들이 신변을 확실하게 보장받고 우리 정부가 주는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 장성택 측근을 사칭하거나 친분을 과시하면서 엇갈린 정보가 흘러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다른 대북소식통은 "탈북자들은 자신이 갖고 나온 문서나 알고 있는 정보가 모두 북한 체제에 중요한 고급정보라는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996년 5월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리철수 대위의 경우 수원비행장에 착륙해 비장한 표정으로 손을 파르르 떨며 품 안에서 '항공훈련지도'를 꺼냈는데 우리 정보당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던 내용이라 관계자들이 헛웃음을 지었던 전례도 있다. 현재 장성택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에 대해서는 상장(우리의 중장) 계급의 노동당 자금담당 총괄에서부터 핵개발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경이 거론되고 있지만 시일이 좀 지나야 정확한 신원과 내막을 알 수 있을 전망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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