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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뇌물 먹었다 9억 토해내야 하는 전 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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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뇌물 먹었다 9억 토해내야 하는 전 은행 지점장

입력
2013.12.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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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원의 뇌물을 받아 기소된 전직 은행 간부가 8억8,400만원을 토해내게 됐다. 따로 돈을 마련해 뇌물액 대부분을 돌려줬지만 추징금 5억원은 추가로 국가에 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합의3부(부장 임성근)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54)씨가 "뇌물로 받았다가 돌려준 금액을 제외한 1억1,600만원만 추징금으로 내게 해 달라"며 낸 항소를 기각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씨는 우리은행 지점장이던 2007년 7월 B건설회사로부터 158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의뢰를 받은 뒤 대출해 주는 대가로 사례비를 요구해 같은 해 9,10월 두 차례에 걸쳐 현금 5억원을 받았다. 이씨는 이 돈을 전세보증금과 생활비 등으로 썼으며, B사 간부가 5억원을 돌려 달라고 요구하자 친척 등으로부터 3억8,400만원을 빌려 반환했다. 이 같은 사실이 적발돼 기소된 이씨는 1심에서 징역 6년에 추징금 5억원이 선고되자 "이미 3억8,400만원을 돌려줬는데 5억원을 추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난 8월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도 이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뢰자가 뇌물로 받은 돈을 소비한 후라면 금액 상당을 반환했다 하더라도 반환된 돈은 뇌물 그 자체가 아니므로 수뢰금액을 추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5억원을 추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추징금으로 인해 경제능력이 없는 아내와 딸의 생계가 막막해지는 등 딱한 사정을 이해하지만 법규상 깎아 줄 수는 없다"며 "(적용된 혐의에 비춰볼 때) 원심이 선고한 징역 6년도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뇌물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추가 수익이 발생할 수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사용 후 돌려준다 해도 뇌물을 반환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이 점을 잘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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