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정치 개입 행위에 대한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이모 530단(심리전단) 단장에 대해 국방부가 불구속 기소 의견을 결정하자 그의 신병처리를 두고 물밑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중간조사 발표 앞뒤로 이 단장의 발언은 미묘하게 달라졌다. 그는 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기껏해야 부이사관(3급)이에요"라며 심리전을 직접 지시할 권한이 없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그러나 19일 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이 단장이 누구에게도 지시 받은 적이 없다고 수차례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 진술대로라면 17일 발언과는 달리 모든 책임이 이 단장에게 돌아간다. 이 단장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사본부의 수사결과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당초 이모 단장에 대해 구속 수사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조사본부도 입장을 바꿨다. 백 본부장은 19일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증거 인멸 우려가 없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본부는 이 단장이 요원들의 정치 개입 글을 올리도록 지시하고 증거를 인멸하도록 한 사실을 확인해 정치관여, 직권남용,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를 적용하면서도 구속 의견을 내지 않은 것이다.
결국 연말 퇴역을 앞둔 이 단장에게 책임을 지우면서 구속은 피하는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 단장으로서도 더 불명예스러운 전역을 피할 수 있다. 군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속 수사를 받으면 집행유예 이상 선고를 받을 가능성도 커진다"며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공무원은 퇴직금과 연금을 절반만 수령하게 돼 어떻게든 구속은 피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퇴직 후엔 민간 검찰의 수사를 받게 돼 수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민주당 국방위원회 소속 관계자는 "사건의 머리인 단장은 민간 검찰이, 몸통은 군 검찰이 수사하게 되는 건데 과연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겠냐"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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