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정권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이 이달 초 수도 방기에서 저지른 기독교계 주민 학살 사건의 희생자가 1,000명에 달한다고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19일 밝혔다. 앞서 방기에서 450명, 기타 지역에서 150명이 사망했다고 밝힌 유엔의 발표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앰네스티에 따르면 이슬람 셀레카 반군 출신 무장대원들은 적대 관계인 기독교계 민병대가 방기에서 무슬림 남성 60여명을 살해하자 보복으로 무차별 학살을 저질렀다. 앰네스티는 "사실상 정부군으로 볼 수 있는 옛 셀레카 반군 대원들이 이틀 동안 민가를 돌며 1,000여명을 살해하고 약탈했다"며 "희생자 중에는 여성과 어린이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안 무코사 앰네스티 중앙아프리카 담당관은 2주 동안의 실사를 거쳐 희생자 규모를 파악했다며 "옛 이슬람 반군과 기독교 민병대 간에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치안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17일 하원에 출석해 "다른 유럽국가들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곧 군대를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비우스는 해당 국가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벨기에가 150명, 스페인이 60명을 파병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프랑스는 병력 1,600명을 파병해 8일부터 반군 무장해제 등 치안유지 활동을 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연합도 2,500명 수준인 주둔군 규모를 6,000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미국, 영국, 독일, 스페인, 벨기에, 폴란드 등은 파병 없이 프랑스군의 수송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아프리카 중부에 위치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올해 3월 이슬람 무장조직 연합체인 셀레카 소속 반군 7,000명이 수도를 장악해 프랑수아 보지제 대통령을 축출했다. 이후 최대 종파인 기독교계(인구 25%)를 비롯한 무장조직이 난립하면서 테러와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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