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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에서 '대처'로… 박근혜 대통령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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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에서 '대처'로… 박근혜 대통령의 변신?

입력
2013.12.1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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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사회적 갈등 조정 문제와 관련, 대선 후보시절 낸 공약에서는 독일 메르켈 총리 식의 사회적 타협 전략을 폈으나, 집권 이후 행보에서 비타협의 대명사인 영국 대처 총리의 리더십을 따르는 모습이어서 입길에 오르고 있다.

공약 시절과 집권 이후 박 대통령의 전략 변화는 최근 철도공사 노조 파업 사태에 대한 대응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후보 시절 10대 공약을 발표한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일방적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를 하지 않도록,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만들어서 여러분의 일자리를 반드시 지켜드리겠다"고 밝혔다. 대선 핵심 공약에서 노동 현안을 풀기 위해 '사회적 대타협 기구' 카드를 꺼냈지만, 취임 이후 맞이한 첫 대형 노사갈등인 철도공사 노조 파업에 대한 대응 방식은 비타협적 원칙주의다. 파업 원인인 수서발 KTX 법인 설립 문제가 철도공사 직원의 구조조정과 연동된 사안인데다 철도공사의 막대한 부채엔 고속철도 수요예측 실패 등 정부 책임도 적지 않다. 공약 대로라면 사회적 타협이 필요한 대목이지만, 정부는 철도공사의 부실을 전적으로 노조 탓으로 돌리며 '불법파업'을 이유로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근 채 '법대로'를 외치고 있다. 회사 측도 파업 참여자 전원을 직위해제하며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는 영국 대처 총리가 1980년대 노조파업에 대해 일체의 타협 없이 법 원칙을 적용해 노조를 제압했던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대선 후보 시절에는 달랐다. 박 대통령은 공약이나 연설에서 사회적 대타협 기구뿐만 아니라, 국민통합, 경제민주화, 안정적 일자리 창출 등을 강조하며 사회적 타협을 통한 복지국가를 지향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를 두고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모델을 염두에 둔 것이란 얘기가 적지 않았다. 공약을 총괄한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수차례 "박 대통령이 독일 메르켈 총리를 벤치 마킹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독 이후 독일의 부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메르켈 총리는 사회적 약자, 반대파, 노조 등을 포용하는 화합과 타협의 지도력으로 대처 총리와는 상반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지도자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사민당 당사를 직접 찾아 17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사민당의 의제인 최저임금제 도입에 합의하면서 대연정을 맺어 새삼 화제를 모았다.

박 대통령이 공약 선포식에서 대처 총리와 메르켈 총리를 모두 거명하긴 했으나, 무게 중심은 메르켈 방식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당시 핵심 대선 공약을 짰던 김 전 위원장이나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대통령 곁을 떠나는 것과 맞물려 박 대통령의 집권 이후 행보는 점점 '대처화(化)'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입으로 통하는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8일 대선 1년을 평가하는 소회로 "원칙대로 하는 것에 대해 손가락질하고 욕하면서 불통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랑스런 불통"이라며 "(공기업 개혁에 대한) 저항에 굽히지 않는 게 불통이라고 한다면 5년 내내 불통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대처 리더십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정몽준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최근 메르켈 총리 사례를 언급하며 "독일 사례를 그대로 따르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도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여당 내에서도 '대처' 대신 '메르켈'의 길을 가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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