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남성 A씨는 얼마 전부터 오래 걷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을 때 유독 허리가 아프고 왼쪽 무릎이 저린 걸 느꼈다. 나이 들어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는데, 책상 모서리에 엉덩이 주위를 살짝 부딪히고 난 뒤부터 증상이 더 심해졌다. 진통제를 먹고 물리치료, 침 치료까지 받았지만, 통증은 점점 더해져 급기야 제대로 걷지도 못하게 됐다. 뒤늦게 병원에 가 X선을 찍어보니 고관절 골절이었다.
A씨 같은 노인성 골절의 상당수는 골다공증 때문이다. 골다공증 하면 주로 중ㆍ노년 여성에게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분당척병원 윤영선 원장은 "최근 남성 환자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음주와 흡연 등으로 골밀도가 낮아지는 게 고령 남성 골다공증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고령자 골다공증이 위험한 이유는 골절이 잘 일어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장 위험한 골절 부위가 바로 골반과 넙다리(대퇴부)를 연결하는 고관절이다. 고관절 골절은 수술로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고령자에게 고관절 골절이 생기면 흔히들 수술을 망설인다. 그러나 고관절 골절 후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6개월 안에 사망할 확률이 20~30%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골절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골절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서다. 오랜 시간 누워 있다 보면 심장이나 폐 기능이 약해지고 욕창과 패혈증, 하지혈전(단단히 굳은 핏덩어리가 다리 혈관을 막는 증상) 같은 합병증이 생길 우려가 크다. 또 거동이 어려운 골절 환자가 당뇨병이나 심장병 등 여러 가지 내과 질환을 갖고 있으면 치료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고관절 수술은 부러진 부위를 고정시키거나 관절 일부를 인공물로 대체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수술 후 환자 스스로 자세를 바르게 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간혹 탈구(관절 주변 조직이 정상 위치를 벗어나는 상태)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치매 환자는 고관절 수술 후 탈구 비율이 다른 환자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때문에 최근엔 이런 환자들을 위한 최신 수술법(근육-힘줄 보존 인공관절술)이 나왔다. 허벅지 부위의 힘줄을 끊고 인공관절을 넣은 다음 다시 이어주는 기존 고관절 수술과 달리 힘줄을 젖힌 채 인공물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원래 힘줄을 남겨 인공관절의 안정성을 높이고 수술 후 탈구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다.
서울척병원 김현호 원장은 "고관절 골절로 거동이 불가능해지면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나이가 많아도 수술을 받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고령 환자에 적합한 수술법이 발전했으니 수술에 대한 부담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치료 받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요즘처럼 빙판길이 잦은 겨울에는 노인성 골절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고관절 골절을 피하려면 넘어질 때 손을 적절히 사용해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평소 가벼운 전신 운동으로 신경반사 능력과 근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칼슘 흡수율이 좋은 유제품이나 저지방 우유, 비타민D가 풍부한 생선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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