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결정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연준이 돈줄을 죄면서도 금융시장에 불안을 주지 않는 '두 토끼 몰이'에 성공했다는 게 그 근거다. 그러나 다른 국가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다.
시장이 이날 가장 주목한 것은 단기금리를 장기간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연준의 강력한 '선제 안내'(포워드 가이던스)다. 도이체방크의 외환전략가인 앨런 러스킨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연준이 양적완화를 축소했지만 금리에 대해 선제적으로 안내했다는 점에서 '비둘기파'식의 결정을 했다"고 평가했다. 폴 애쉬워스 캐피탈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축소가 예상보다 점진적"이라며 "연준이 단기금리가 2016년까지 1.75%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덕에 증시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양적완화 축소 결정을 미국 경제의 회복세에 대한 자신감의 방증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스콧 앤더슨 뱅크오브웨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P통신에 "테이퍼링을 시작한 것은 미국이 양적완화 없이도 자력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2014년 들어 이런 기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릭 데이비드슨 웰스파고 부투자책임자(CIO)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경제 회복세가 확인돼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로베르토 펠리니 코너스톤 매크로 파트너는 "연준의 결정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며 "시장이 정말 중요한 경제 동향 분석과 전망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준의 선제 안내가 시장 호조를 이끌었다는 평가가 많지만 이는 연준이 사실상 정책 실패를 자인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브라이언 야콥센 웰스파고 수석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3차 양적완화는 정책 목표인 미국의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이 때문에 연준이 선제 안내를 강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마이클 울포크 뉴욕멜론은행 선임 외환전략가는 "연준이 모두가 예상했던 9월 대신 많은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12월에 테이퍼링을 시작했다"며 "연준의 정책 투명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조치"라고 거들었다.
연준 결정을 평가하기에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데이비드 조이 아메리프라이즈파이낸셜 수석 시장전략가는 "향후 며칠 시장의 반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사설에서 지금은 비정상 상황임을 고려해야 하며 변동성 증가로 신흥 경제국의 시장 혼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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