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에 이어 종합편성채널까지 가세한 방송가는 그야말로 다사다난 했다. 예능에선 특별한 체험이나 유명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관찰형 프로그램이 케이블 방송과 종편에서 흥행을 이어갔고, 이를 고스란히 받아들인 지상파 방송은 '베끼기' 논란으로 쓴 잔을 마셔야 했다. 명예 회복에 나선 지상파는 스타 작가를 내세워 드라마로 만회했지만,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연이은 잡음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체험·관찰 프로그램 전성기
군대, 소방관, 경찰, 육아, 여행 등은 2013년 방송가를 강타한 공통 분모다. 군대에서의 혹독한 훈련, 극한 상황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소방관과 경찰, 엄마 대신 아이를 돌보는 아버지들. 채널을 어디로 돌리든지 그들이 나왔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MBC '일밤'의 '아빠! 어디가?'와 KBS '해피 선데이'의 '슈퍼맨이 돌아왔다', tvN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 SBS '정글의 법칙' 등은 여행, 육아 등을 혼합해 흥미로운 영상을 만들어냈다. KBS는 '꽃보다 할배'의 컨셉트를 그대로 차용한 '마마도'와 '아빠! 어디가?' 형식을 딴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내놓아 공영방송으로서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일상에서 벗어난 색다른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었다. MBC '일밤'의 '진짜 사나이'와 SBS '심장이 뛴다', '월드 챌린지 우리가 간다', KBS '근무 중 이상 무'는 각각 군대, 소방관, 세계 이색대회 출전, 경찰 체험이 중심이다. 하루 종일 카메라가 따라다니며 이들의 소소한 일상을 포착해 재미를 줬다. 여기에 일명 '먹방'(먹는 방송)이 가세하면서 관찰 예능에서 빠져서는 안 될 핵심 주제가 됐다.
연예인 가족의 직설법 통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키워드는 단연 연예인 가족이다. SBS '슈퍼주니어 붕어빵'과 '아빠!어디가?'는 연예인 부모와 그 자녀들이 등장한다. 개그맨 김구라와 동현 부자('슈퍼주니어 붕어빵'), 가수 윤민수와 후 부자('아빠! 어디가?')는 스타가 됐다. KBS '맘마미아'는 인기 연예인과 어머니들이, SBS '자기야-백년손님'은 유명한 의사들이 장모님들과의 일상을 공개 중이다.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은 '자기야'를 통해 '국민사위'가 됐을 정도.
종편에서도 연예인 가족 토크쇼는 인기다. JTBC '유자식 상팔자'는 연예인 부모와 중·고등학생 자녀들이 출연해 5~6%(이하 닐슨코리아 제공)대 시청률을 보인다. 연예인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아슬아슬한 대화를 이어가는 채널A '웰컴 투 시월드'도 2~3%의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몰락
확실히 기울었다. 인기가 예년 같지 않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Mnet '슈퍼스타 K'는 올해 시즌 5 방송이 휘청하면서 이를 예고했다. 2009년 시작한 '슈퍼스타 K'는 서인국(시즌 1), 허각과 존박(시즌 2), 울랄라세션(시즌 3), 로이킴(시즌 4) 등 걸출한 스타들을 냈지만 올해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간 '슈퍼스타 K'의 첫 생방송 시청률만 봐도 그렇다. 시즌 1부터 시즌 5까지 각각 6.3%, 14%, 13.5%, 8.9%, 5%로 하락했다.
가수 발굴이라는 매력이 떨어진 것인지 MBC '위대한 탄생'은 올초 시즌 3을 끝으로 막을 내렸고, KBS '톱 밴드'도 시즌 3를 새로 꾸리려다 주저앉았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위축
공영방송인 K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 위기에 직면한 한 해였다. 지난 8월 KBS '추적60분'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을 방송하려다 돌연 연기되는 사태를 빚었다. KBS 새노조와 민주당 측은 국정원 관련 내용이라는 점에서 'KBS의 국정원 눈치보기'라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우여곡절 끝에 일주일 후 전파를 타긴 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라는 이유로 법정제재인 경고를 받아 논란이 됐다.
가을 개편으로 신설된 '역사저널 그날'은 첫 회인 '고종과 흥선대원군' 편이 보류되고 '정조 4부작'으로 바뀌어 나가는 파란을 겪었다. 제작진은 "사측이 고정 패널이었던 진보 성향 역사학자의 출연을 막은 것"이라며 강력히 항의했지만 첫 회 녹화분은 결국 방송되지 않았다.
'TV쇼 진품명품'도 갑작스런 MC 교체 문제로 사측과 제작진이 갈등을 빚으면서 담당 PD가 인사 조치되는 등 파문이 일었다. 바뀐 MC 체제에서 인사 조치를 당했던 PD 대부분이 다시 일선 현장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스타·신인 작가들의 고른 성공
드라마 수확이 풍성했던 한 해다. 스타 작가와 신인 작가가 고르게 약진하며 다양한 이야기로 시청자를 즐겁게 했다. 올 초 노희경 작가는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시청률 15% 이상을 누비며 스타 작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송혜교 조인성 등 톱스타의 출연도 화제였다. SBS '상속자들'의 김은숙 작가는 초반 10%대로 시작한 시청률을 25.6%로 끌어올리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홍자매'로 통하는 홍정은 홍미란 작가도 달달한 로맨스 SBS '주군의 태양'으로 명불허전을 입증했다.
반기기 힘든 성공도 있다. KBS '왕가네 식구들'의 문영남 작가와 MBC '오로라 공주'의 임성한 작가는 각각 30%대와 10% 후반대의 높은 시청률을 거뒀지만 또다시 '막장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신인 작가들도 빛났다. KBS '비밀'의 유보라 최호철 작가와 '굿 닥터'의 박재범 작가,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혜련 작가가 20%를 넘는 좋은 시청률로 인정을 받으면서 차세대 스타 작가를 예고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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