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옥수수 빵과 우유를 배급 받고 소아마비 백신 한 방울 먹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같이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한 것은 국력의 신장 덕분이리라. 세상을 치료하라고 외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파트너스 헬스케어(Patners Healtcare)'란 조직을 만들어 질병과 가난으로부터 인류를 구제코자 한 김영 세계은행 총재,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사무소 한상태 전 처장에 이어 다시 당선된 신영수 처장. 그리고 고 이종욱 WHO 사무총장.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인류의 보건의료 문제에 시대에 앞서 몸소 뛰어든 행동하는 지식인이라 할 수 있다.
북핵과 세상살이가 복잡한데 국제보건문제까지 생각해야 하나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발전 경험은 개발도상국에게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개인적 헌신과 봉사도 중요하다. 미래 세대를 국제 지도자의 역량을 가지도록 하는 교육과 훈련도 중요하다. 질병관리 기법을 전수하면 한국도 덕을 본다. 이웃의 결핵을 도우면 유입되는 환자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감시와 대책에 대한 국제적 공조와 기여는 우리 국민을 보호한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고 같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보건소, 병원 건물, 의약품과 의료기구를 지원하고 인재를 양성하고 적정기술을 개발ㆍ보급하는 개발원조 사업이 그것이다. 이 분야는 한국 대외 원조의 10%를 차지한다.
그러나 여러 단체, 여러 부서,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수많은 일들을 벌이면서 혼란스럽다. 정부부처 사업 중복도 심하다. 때론 원조 단체 목적과 국가 이익이 상충하기도 한다. WHO를 통한 다자 지원과 국가 대 국가 간의 양자 지원 사업이 일치하지 않기도 한다. 100년 전 우리를 돌이켜 보자. 나름대로 역할과 지역이 겹치지 않도록 공조와 경쟁하면서 결핵 퇴치 사업을 추진하고 병원시설을 만들던 외국인들을 생각해보자.
먼저 우리의 보험, 모자보건, 질병관리, 의학교육의 성공 사례를 체계적으로 이론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제학술지에 우리의 개발 경험이 얼마나 인용되고 있는가? 잘 도와주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국제사회에 돈만 내는 봉이 아니다. 이는 대학의 몫이다. 둘째, 정부 각 부처는 장점을 잘 살려 국제보건의료 업무를 전문화하되 서로 협력하고, 이의 평가, 조정기구를 국무조정부서에 만든다. 셋째, 현지화 전략을 위해 대사관에 보건의료 지역 전문가를 상주시키고 각 부처의 사업을 통합 지원하도록 한다. 모든 보건의료 문제는 이미 국제화하고 각종 국제기구와 연계되어 있다. 사업비 30%는 각 부처와 연계된 국제기구를 지원한다. 넷째, 국제보건의료와 공중보건 전문가를 한 1,000명 키울 필요가 있다. 예산의 5%를 쓴다. 정부와 대학의 몫이다. 다섯째, 사업비 10%는 연구와 개발에 써야 지속 발전한다. 제도, 법령, 지역 연구와 개발 없이는 다른 나라와 경쟁에서 뒤진다. 정부, 국회 등 범부처의 협력이 필요하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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