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연말 흥행 대전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 흥행 기대작들이 개봉 예정일을 앞당겨 기선 제압에 나서면서 작은 영화의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개봉한 전도연 주연의 '집으로 가는 길'의 당초 개봉일은 12일이었다. 목요일 개봉하는 극장가의 최근 관례를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개봉을 앞두고 개봉일이 하루 앞당겨졌다. 1주일 늦게 개봉하는 '변호인'과의 흥행 싸움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결정이었다. 19일 개봉 예정이었던 송강호 주연의 '변호인'도 '전야 개봉'이라는 이름으로 18일 오후 5시부터 상영을 시작했다. 로맨틱 코미디 '캐치미'도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18일 개봉했다. 두 영화 역시 목요일 개봉이라는 관례를 깼다.
'집으로 가는 길'은 개봉일에 9만149명의 흥행 성적을 올렸다. '변호인'은 18일 11만9,9964명의 관객들이 관람했고 '캐치미'는 2만9,488명을 모았다. 세 영화가 '정상' 개봉했으면 이미 개봉했던 영화들이 이들 관객들을 가져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집으로 가는 길'은 충무로의 큰손 CJ E&M 영화사업부문이, '변호인'은 신흥 강자 뉴가 투자배급한 영화다. 두 투자배급사는 올해 한국영화 배급 시장 1위를 놓고 피 말리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캐치미'는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하는 영화다.
또 다른 대형 투자배급사 쇼박스의 액션 대작 '용의자'는 아예 화요일인 24일 개봉한다. 크리스마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대목만 되면 큰 영화들이 변칙적으로 개봉하기 일쑤다. 하루 흥행 성적에 일희일비하는 작은 영화들 입장에선 억울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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