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의 범위와 개념에 대해 큰 틀의 방향을 제시했지만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통상임금 관련 규정이 아예 없어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에 통상임금의 정의, 산입 범위 등 관련 규정을 명확히 담아 개정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시행령과 고용부 행정해석도 바꾸게 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관계 부처 및 노사정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현장에 실제로 적용될 것은 이러한 입법 내용이라 노사는 앞으로 치열한 줄다리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19일 "대법원의 18일 판결은 사건 당사자인 갑을오토텍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입법 방향은 사법부와 다를 수 있다고 본다"며 "통상임금 범위를 '1임금 산정기(1개월) 내에 지급되는 임금'으로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대법원이 부분적으로 노사합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도 노사관계의 근간인 노사자치 원리를 침해할 수 있어 향후 정부 입법과정에서 노사자치 존중과 1임금 지급기 명시 문제를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복리후생비가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은 것을 겨냥, 금액이 미리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근로의 대가라면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급액수가 확정되지 않은 김장보너스는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은기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전날 판결은 1995년 임금이분설(임금이 근로의 대가와 생활 보장을 위한 임금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폐기한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라며 "근로의 대가로 지불하기로 한 것이면 금액이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통상임금으로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개정된 법의 적용 시기와 대상에 대해서도 노사간 이견과 신경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협의를 위한 노사정 대화의 장이 열려야 하지만 이것부터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날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사정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민주노총은 1999년부터 대의원대회 의결을 거쳐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은 통상임금 관련 노사정 대화에는 불참한다는 입장인데다 다음달 22일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대화에 참여한다 해도 2월에나 가능하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새 지도부가 꾸려지는 2월 이후 조합원들의 의견을 물어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정부의 공식 대화 제안이 오면 참여여부를 검토해 보겠다"면서도 "노사정위를 통한 대화는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최영기 노사정위 상임위원은 "고용부가 구성한 통상임금 관련 정부 자문단인 임금제도개선위원회에는 학자들만 참여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노사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한국노총이 선거국면이라 어려움이 있지만 간담회 등 다양한 형태의 공식ㆍ비공식적 대화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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