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팀 슈터 조성민(30ㆍ189㎝)은 KT의 절대적인 에이스다. 전반기를 마친 가운데 25경기에서 평균 15.3점을 올렸다.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이다. 3점슛 성공률은 43.5%로 정교하다. 상대 팀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조성민은 묵묵히 자기 몫을 충분히 했다. 그 결과 KT는 전문가의 하위권 예상을 깨고 4위(14승11패)로 전반기를 마쳤다.
조성민은 19일 “예상했던 것보다 잘하기는 했는데 상위권으로 더 치고 올라갈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며 “후반기를 잘 해야 전반기 때 했던 것을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약체 예상 깨고 선전, 통쾌하다
조성민도 솔직히 놀랐다. 팀이 지금 성적을 올릴지는 예상 못했던 부분이다. KT는 객관적인 전력이 약하다. 그래도 막상 약체 평가를 받으니 자존심이 상했다. 조성민은 “시즌 전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 속으로 독기를 품었다”며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서 통쾌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조성민은 올해를 정신 없이 달려왔다. 비시즌 기간 동안 대표팀 합류로 긴 시간을 보냈고, 8월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마치자마자 소속팀으로 돌아가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기 바빴다. 그리고 쉴 틈도 없이 금세 시즌을 맞았다. 지칠 법도 하지만 조성민은 선수층이 약한 팀 상황상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몇 경기 쉬고 또 뛰면 힘든 건 마찬가지”라며 “자꾸 힘들다 생각하면 정말 힘들기 때문에 신경을 안 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보다 이번 시즌에 공격 횟수를 늘리다 보니 득점이 더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경기 3점포 10방, 그 분이 온 날
조성민은 지난 1일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당시 SK와의 통신 라이벌전에서 3점슛 10개를 터트리는 등 혼자 34점을 몰아쳤다. 3점포 10방과 34점은 자신의 프로 데뷔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이다. 한 마디로 ‘그 분이 오신 날’이다. 팀 역시 95-80으로 완승을 거뒀다. 조성민은 “그 날 유독 집중했다”면서 “슛 타임에 맞게 패스가 오니 성공률이 높았다. 당시엔 의식을 안 했는데 나중에 보니 내가 봐도 신기하더라”고 웃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조성민의 슛 폼을 두고 극찬한다. 슛 폼이 부드럽고, 날아가는 포물선이 마치 림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는 평가다. 조성민은 “이제까지 연습했던 것이 쌓이고, 구력도 생기면서 좋은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올 시즌을 앞두고 처음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 조성민은 원 소속팀인 KT와 계약 기간 5년 연봉 4억7,000만원에 재계약 했다. 최근 대형 계약을 한 이후 주춤한 FA의 성공 사례가 자주 나오자 조성민은 ‘모범 FA’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는 “사실 FA 계약을 한 이후 첫 시즌이라는 점을 신경 썼다”며 “그래서 더욱 책임감을 갖고 뛰고, 부담감은 좋은 자극제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전태풍 합류, 화려한 앞선 기대
조성민은 후반기에 새로운 동료와 함께 코트를 누빈다. 지난 18일 KT와 오리온스의 4대4 대형 트레이드로 전태풍(33)이 KT 유니폼을 입었다. 전태풍은 화려한 기술과 패스 능력을 갖춘 포인트가드다. KT 측은 “전태풍 영입으로 다양한 전술 구사와 조성민에게 집중된 견제를 분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조성민 또한 같은 생각이다. 19일부터 함께 팀 훈련을 소화했다. 조성민은 “(전)태풍이 형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며 “앞 선이 화려해졌다고 하는데 형한테 많은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했다. 조성민과 전태풍은 2011년 대표팀 소집 기간 동안 많은 친분을 쌓았다.
조성민은 첫 훈련에서 전태풍을 향해 “형, 이제 진짜 잘해줘야 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전태풍은 특유의 서툰 한국말로 “걱정 마. 나 진짜 잘 할 거야. KT에 와서 매우 좋아”라고 화답했다. 구멍 난 포지션에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를 영입한 KT는 후반기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한편 조성민은 2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별들의 잔치인 올스타전에 드림팀 베스트 5로 코트를 밟는다. 그는 “(양)동근이 형 말처럼 팬들한테 특별히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열심히 뛰어 다니는 것 밖에 없다”며 웃어 보인 뒤 “화려한 플레이는 젊은 친구들이 해주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한국스포츠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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