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부터 시작 자수성가… 힘든 사람들 마음 잘 알아대구공동모금회 1억 기부'비우면 채워집니다' 평소 나눔 소신 실천마음이 부자인 기분 실감
지난 5월 대구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 10호 회원이 된 ㈜빙고 김장덕(54ㆍ사진) 대표는 "2013년은 내 생애 최고의 부를 가져다 준 해"라고 정의했다. '비우면 채워진다'는 평소 나눔 소신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면서 '마음이 부자'인 기분이 어떤 것인지 실감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이나 기부한 것은 당연히 자발적이다. 누군가의 권유가 아니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자수성가한 경우이기에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경주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고교를 졸업하지 못한 채 19살 때 교통비 3만원만 들고 대구로 올라가 냉동설비 일을 배웠다. 이를 악물고 기술을 익히고 돈을 모은 끝에 1995년부터 개인사업을 시작했고, 2004년엔 지금의 회사를 설립해 연매출 25억원을 올리게 됐다.
그는 "1억원이라는 돈이 나에게도 결코 작지 않은 돈이지만 기부하고 난 뒤 주위의 존경어린 시선과 칭찬, 무엇보다 내면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뿌듯함과 기쁨 등 내놓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며 "베품, 나눔의 위력이 이렇게 대단한지 몰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기부한 돈이 저소득 청소년 가정을 위해 쓰이기를 바란다. 10여년간 청소년범죄예방 선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어려운 가정형편의 청소년들이 범죄유혹에 더 취약한 사실을 목도했고, 그래서 청소년 범죄예방 및 선도의 시작은 저소득가정을 돕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내 애들만 잘 키운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이들에게도 지원을 해주고 기회를 줘야 범죄 등 우리 사회의 위험이 사라진다"며 "이러한 부분은 국가에서 다 감당할 수 없는 만큼 민간에서 기부 등을 통해 일정부분 감당해야 더불어 사는 통합의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김 대표의 나눔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부할 때만 해도, 지난달까지만 해도 ㈜빙고플랜트였던 회사 상호를 이번달 ㈜빙고로 바꿨다. 그 이유는 회사 지분을 본인은 40%만 갖고 나머지는 창립초기부터 같이 했던 직원 3명에게 나눠줬기 때문이다. 대표이사직도 내려놓았다. 자산가치로 따지면 20억원 상당에 달하는 회사다. 그는 "자기가 잘 되려면 남이 잘되게 하라는 말이 있는데, 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고 나눠주니 회사가 잘 되더라"며 "직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고, 그 몫을 되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며 반문했다. 그는 자녀들에게도 공부 뒷바라지 외에는 재산을 한 푼도 물려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했다. 이 사회의 도움으로 이만큼 일궜으니 마지막에는 사회에 모든 재산을 환원하고 가는 것이 마땅하다는 신조다. 향후 '자식에게 재산 안 물려주기' 운동도 펼쳐보고 싶다는 그는 "자식에게 재산 물려주는 것은 자식 망하게 하고 사회도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라며 "의식있는 이들의 재산 사회환원으로, 다 같이 잘 살 수는 없지만 다 같이 꿈이 있는 사회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겠나"고 했다.
2013년의 끝자락에서 김 대표에겐 예상치 못했던 기쁨도 덤으로 찾아왔다. 평소 존경하는 선배인 ㈜한국OSG 정태일 대표가 그의 기부에 자극 받아 지난 10일 대구 아너소사이어티 16호 회원으로 가입한 것이다. 김 대표는 정 대표가 "회사나 경제 규모에서 자신보다 낫지 않은 김 대표도 1억원을 기부하는데 본인이 가만히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인 것 같아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부 전 얼굴 없는 익명의 기부자로 할까 잠시 생각도 했는데, 최종적으론 나의 기부를 계기로 다른 이들도 동참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며 "이러한 취지가 딱 맞아떨어져 더없이 기쁘다"고 했다.
기부를 시작으로 회사의 공동소유, 그리고 기부 후배 탄생으로 2013년이 그 어느 해보다 아름다웠던 김 대표. 최근 그의 맘 속엔 새로운 소망이 하나 자리잡았다. 대구 최초로 부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되는 것이다. 김 대표는 "가정주부인 아내가 1억원을 기부하려면 자신이 벌어서 주는 수 밖에 없다"며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안에 가능할 것 같은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현주기자 lare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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