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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걸이 분석' 국내 전문가 뜬다… 범인 꼼짝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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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걸이 분석' 국내 전문가 뜬다… 범인 꼼짝마!

입력
2013.12.1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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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 8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자택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로 임모(36)씨가 구속됐다. 폐쇄회로(CC)TV에 얼굴이 찍히지 않았지만 법원은 걸음걸이가 유사하다는 증거를 인정했다. 당시 경찰은 영국 런던메디컬센터의 족부의학 전문가 하이든 켈리에 의존했지만 내년 2월부터는 국내 전문가 그룹이 걸음걸이 분석(Gait analysis)을 시작한다.

경찰청은 이달 13일부터 사흘간 관련 세미나를 열어 국내 최초의 '걸음걸이 분석 전문가 협의체' 구성을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내년 2월 발족 예정인 협의체는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하는 의사 9명과 공학전문가 2명, 변호사 1명 등으로 이뤄진다. 회장은 윤영필(족부정형외과 전문의) 대전우리병원 원장, 부회장은 박문석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각각 선출됐다.

이들은 증거로서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인의 걸음걸이 특성에 맞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분석 방법을 연구한다. 경찰청이 협의체 출범 전 용의자 식별이 가능한 CCTV 화질 기준 및 업무처리 지침을 마련하면 현재 수사 중인 사건도 의뢰를 받아 분석하게 된다. 원 전 원장 사건 이후 전국 경찰관서에서 경찰청에 걸음걸이 분석을 의뢰한 사건이 7건이나 될 정도로 일선 수사관들이 거는 기대도 크다.

걸음걸이 분석이 가능한 것은 사람마다 다리 길이와 골격 형태, 근육량이 달라 발이 지면에서 떨어졌다 다시 닿을 때까지의 시간과 속도, 운동 형태 등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보행이 아니라면 특징은 더욱 도드라지고, 유아기 때부터 몸에 익은 습관이라 바꾸기도 어렵다. 게다가 CCTV가 300만대에 육박할 정도로 일반화됐지만 대부분 50만 화소 이하 저해상도여서 용의자의 인상 파악에 한계가 있고 얼굴을 가리는 범죄자들도 많아 걸음걸이 분석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2000년 7월 법원이 세계 최초로 걸음걸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강도 사건 용의자에게 유죄를 선고한 이후 활발히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캐나다에서도 2009년 1월 걸음걸이 분석이 1급 살인 판결을 이끌어냈다. 국내에서는 형사 사건 증거로 연구된 적이 없지만 전문가들은 정형외과에서 20여년간 다뤄온 분야라 분석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영필 원장은 "지문이나 DNA처럼 100% 확실한 증거가 될 수는 없어도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걸음걸이를 가려내면 용의자 압축이나 수사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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