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2인자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를 치른 북한이 내년 초 무력 도발할 가능성이 제기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7일 "내년 1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구체적인 시기를 적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 장관은 18일 국회에 출석해 "대북 대비태세 강조차원에서 한 발언"이라고 한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대북 도발 정보 등 상당한 판단 근거를 갖고 한 말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장관의 언급은 북한의 정치일정상 일면 타당해 보인다. 내년 2월 16일은 선군정치를 내세웠던 김정일의 70회 생일로, 이에 앞서 김정은 체제 과시를 위한 군사적 이벤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은 지난해 4월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에 맞춰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렸고, 12월에는 김정일 사망 1주기를 앞두고 로켓을 추가 발사하며 정치적 필요에 따라 도발을 감행했다.
3월 초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가 시작되는 점도 2월 도발설의 한 근거가 된다. 키리졸브 훈련 시 정보감시 자산 등이 대거 증강돼 섣불리 도발에 나섰다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김 장관이 거론한 1월 말~3월 초는 북한군의 동계훈련 기간이기도 하다. 북한군의 훈련이 강화되는 시점에 맞춰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해석이다.
도발 유형으로는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추가 발사, 국지도발이 거론된다. 핵실험은 중국, 로켓 발사는 미국, 국지도발은 남한을 향한 무력시위로 해석할 수 있다. 장성택 처형에 대해 가뜩이나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중국이 더 자극을 받을 게 분명한 상황에서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경제협력이나 김정은 방중을 꺼내기 위한 카드로 볼 수 있다. 로켓은 6자회담에 미온적인 미국을 움직이기 위한 확실한 선택지로 고려될 수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북관계의 교착국면이 길어진다면 국지도발 위험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가을부터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기지를 상시 도발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올 들어 동창리에서 장거리 미사일 엔진시험을 5회 실시하고 최근 들어 발사탑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보다 개량된 로켓을 발사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도발 임박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는 상황이다.
국지도발의 경우 중부 최전방인 철원의 북한 5군단이 거론된다. 총참모장을 지낸 현영철이 차수에서 대장, 다시 상장으로 강등돼 군단장을 맡고 있는 곳이다. 2010년 서해에서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을 주도한 김격식도 총참모장에서 4군단장으로 좌천된 후 도발을 감행했다. 김정은은 지난 6월 우리 전방초소(GP)와 불과 350m 떨어진 5군단 산하 오성산 초소를 시찰하며 관심을 보였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다른 지역과 달리 올해 5군단의 포사격 훈련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이 올해 3월 이후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정전협정 백지화, 불가침 합의 무효, 1호 전투태세 돌입, 군 통신선 차단 등 위협수위를 높였지만 5월 최룡해 총정치국장의 방중 이후 대화 공세로 돌아선 바 있다.
물론 북한이 도발보다는 안정적인 상황관리에 주력할 가능성도 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장성택 처형으로 김정은이 권력의 자신감을 드러낸 상황에서 굳이 국제사회와 등을 돌릴 이유가 없다"며 "내부 단속에 주력하되 대외관계는 경제성과를 위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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