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 친노무현계와 비노무현계 간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노 진영에서 문재인 의원에 이어 안희정 충남지사가 차기 대권도전 의지를 시사한 가운데 이를 견제하는 비노진영 인사들의 목소리가 분출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가열되고 있다.
한동안 잠복돼 있던 양측의 갈등이 수면으로 떠오른 계기는 문 의원이 대선 회고록 출간을 앞두고 차기 대권도전을 시사한 것이었다. 이후 문 의원은 14일 북 콘서트 개최를 통해 대중과의 접촉면을 넓혀가기 시작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는 안 지사도 17일 기자회견에서 "정신적으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잇는 장자(長子)라는 자부심이 있다"며 "집안을 이어나가는 맏이가 되겠다는 포부가 있다"며 사실상 차기 대권경쟁에 가세했다.
당장 두 사람이 노 전 대통령을 잇는 '적통' 자리를 두고 경쟁할 경우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 진영의 분화가 가시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친노 측 대권주자들의 조기 등판을 '파이 극대화'의 효과로 해석하기도 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안철수 신당과의 경쟁을 앞두고 야권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비노 진영은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가하게 차기 대권을 논할 때가 아니다"며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당내 손학규 상임고문계의 핵심인 신학용 의원은 18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문 의원의 행보에 대해 "국민이 지금 떡 줄 생각도 안하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신 의원은 "민주당을 살리기 위한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생을 해결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문제에 매진할 때 벌써부터 대권을 향한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앞서 손 고문도 문 의원의 행보에 대해 16일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국민이 참으로 어려운데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역시 비노 진영으로 분류되는 김한길 대표도 17일 기자단 오찬에서 "지금은 개인의 정치적 목표를 내세울 때가 아니라 선당후사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양측 갈등은 결국 지방선거 과정에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문 의원과 안 지사의 움직임은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지지층 결집 행보의 측면이 있다"면서 "친노ㆍ비노 간 갈등이 아직까지는 견제 수준이지만 지방선거를 전후로 안철수 신당을 포함한 야권 재편 과정에서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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