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뜻을 명확히 밝혔다. 공단은 지난 4월부터 담배소송 법리를 검토하는 세미나를 여는 등 담배소송을 준비해왔으나 기관장이 구체적으로 담배소송 방침을 공언한 것은 처음이다. 소송가액은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18일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질병을 유발시킨 대가로 엄청난 수익을 취하는 담배회사는 아무런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이 사회적 정의와 형평에 합당한지 의문"이라며 "공단은 진료비용 환수를 위한 담배소송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단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KT&G와 외국계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소세포암(폐암)과 편평세포암(후두암)의 진료비 중 공단 부담분을 환수하기 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소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은 2011년 법원이 흡연으로 인한 발병임을 인정했고, 공단이 통계적으로 진료비를 산출할 수 있는 암이다. 공단에 따르면 2010년 4,397명이 소세포암으로 진료를 받았고 공단은 432억원을 부담했다. 공단 법무지원실 관계자는 "시효 등을 따져볼 때 최소한 10년치 부담분에 대한 환수를 요구할 수 있고, 현재 진료비를 산출 중인 편평세포암 진료비 부담분까지 합하면 소송 액수는 수천억원에서 1조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블로그에 대법원에 계류 중인 개인의 담배소송 판결이 나기 전 의료급여(저소득층에 대한 보험료 지원) 예산을 쓰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소송을 제기할 것을 밝히는 등 구체적인 소송 시기와 전략 등을 밝혔다.
그동안 국내에서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은 모두 4건으로 흡연 피해자와 유족 등 개인이 냈으나 모두 원고 패소했다. 공단은 2001년 이후 건강보험가입자(4,989만명)의 진료비 기록을 토대로 역학연구를 진행해 왔다. 지난 8월 한국인 130만명의 19년치 진료비 기록을 분석해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후두암, 폐암 등에 걸릴 위험이 최대 6.5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공단 관계자는 "흡연과 암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명확한 자료를 통해 법원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KT&G 측은 "담배회사의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데 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며 "기존 흡연 소송과 동일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