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업체뿐 아니라 해외업체가 한국수력원자력에 납품한 원자력발전 부품의 시험성적서도 위조된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졌다. 원전 부품 납품비리와 관련해 외자계약에서 시험성적서 위조 사례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감사원은 18일 2008~2010년 한수원이 체결한 1,000만원 이상 외자계약 245건(시험성적서 2,075건)을 표본 조사한 결과, 위조 시험성적서 8건(5개 업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외자계약을 맺은 일부 업체는 폐업하거나 연락이 두절돼 시험성적서 18건의 진위 여부는 판별조차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 6월 원전비리 후속 대책을 발표하면서 최근 10년간 원전 부품 품질시험성적서를 전수조사하기로 했지만, 외자계약을 대상에서 빼 감사원이 표본조사를 실시했다.
또 한수원이 2012년 말 자체 조사했다는 이유로 9개 국내업체의 위조 시험성적서 25건 등 600건을 전수조사에서 누락시켰는데 정부는 이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감사원은 자체조사 대상에서도 위조 25건 및 15건의 확인불가 사례를 찾아냈다.
이번 감사에서는 원전 사업권을 가진 한수원이 금품수수 등 직원의 비리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수원의 월성원자력본부 과장 A씨는 2007년 11월 협력회사 임원으로부터 해당 회사 주식에 대한 정보를 부당하게 제공받고 1억700만원의 매매차익을 얻은 것으로 감사원 조사에서 드러났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다른 협력회사 대표 B씨에게 주식 매입을 위한 필요 자금 1,000만원을 요구해 받아내기도 했다. 이후 B씨는 2009년 신월성 1ㆍ2호기 관리에 쓰일 폐쇄회로(CC)TV와 방송시스템 구축공사를 수주했고, 2011년 3월까지 4회에 걸쳐 A씨에게 2,500만원의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한수원이 A씨의 비리행위를 아예 모르고 있어 비리에 연루된 업체들이 계속 협력 대상으로 남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이 원전 부품 품질검사를 할 때 현장 입회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불량 납품의 원인을 제공했다. 2010∼2012년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이 확인된 가동 원전의 부품 계약 중 입회가 필요한 경우는 15건이었으나 실제로는 5건에 대해서만 입회 검사가 실시됐다. 이 밖에 한수원의 품질검사 업무를 관리ㆍ감독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역시 관련 지침이 느슨해 원전 부품 비리를 방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적발된 원전 부품에 대해 교체 및 안전성 평가 등 안전조치를 실시하도록 원안위에 통보하고,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업체에 대해선 제재와 고발 조치를 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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