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마주친 이성에게 호감이 생겨 연락을 하고 싶다면? 묻지 않아도 스마트폰이 알아서 '전화번호를 따주는' 신기술이 등장했다.
18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 실행시킨 뒤 마치 사진 찍듯 상대방을 향하기만 하면, 상대방 스마트폰이 알아서 응답해 전화를 연결시켜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대상을 보고 선택하면 바로 연결된다는 뜻에서 '시선(視選) 통신'이라고 불린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상대방의 이메일이나 메신저 ID를 몰라도 자료를 보낼 수 있고, 프린터의 주소(IP 포트)를 몰라도 인쇄할 수 있으며, 화재나 범죄 등 긴급 상황에서 낯선 사람들과 곧바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식당이나 상점에 직접 들어가거나 홈페이지를 찾아보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지정만 하면 메뉴나 제품 같은 정보 검색도 즉시 가능해진다.
이는 전파빔과 이미지 인식 기술의 결합 덕분. 스마트폰이 특정 대상을 향해 전파빔을 쏘면 그 방향에 있는 기기들이 선택되고, 그 중 원하는 대상을 이미지로 콕 집어낸다. ETRI는 "네트워크나 기지국 도움 없이 사용자가 주변 기기들과 직접 소통하는 단말 간 직접 통신(D2D) 기술을 적용한 것"이라며 "유사한 기술의 외국 경쟁 기업들은 통신 반경이 10cm 이내인데, 이번 기술은 70m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낯선 사람과 원치 않는 통신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자의로 제공하지 않았는데도 이메일 주소나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가 노출된 것 같은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ETRI 무선전송연구부 김영훈 책임연구원은 "필요할 때는 기능을 잠시 꺼두는 것도 가능하다"며 "프라이버시 보호나 스팸 차단 등을 위한 개선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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