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장관의 수정명령에 따라 최종승인을 발표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단순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를 준다며 또다시 자체 수정안을 내라고 해 논란이다.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선 새로운 오류와 왜곡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서남수 장관이 8종 교과서에 대한 최종 승인 결과를 발표하면서 출판사들에 '내용변경을 가져오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표기ㆍ표현(윤문 맞춤법 문장부호 첨삭) 등 단순 수정 사항에 대해 오는 23~24일까지 수정안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17일 밝혔다. 심은석 교육부 교육정책실장은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도 문법 상의 단순오류에 대해서는 매년 교육부가 신청을 받아 승인하고 있다"며 "통상적인 절차"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순 표기상의 오류로 보기 어려운 잘못이 여러군데 지적된 교학사 교과서의 오류 수정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교학사 교과서는 수정권고∙명령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 미주독립운동단체였던 국민회와 대한인국민회의 활동내용과 시기를 혼동해 기술하는 등 오류(본보 11일자 1ㆍ8면)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준식 연세대 연구교수는 "수정권고에 수정명령까지 거쳤는데도 이런 실수가 나오는 건 문제인데다 이런 것들은 단순 표기상의 잘못이 아닌 내용상의 오류"라며 "추가 수정에 포함될 경우 형평성 논란 등 부수적인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출판사들이 제출할 자체수정안이 '내용변경을 가져오지 않는 범위'인지 여부를 판단할 방법도 정하지 못했다. 심 실장은 "이전의 교과서들은 통상 교육부 내 전문직이 판단해 승인을 해왔다"며 "이번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 수정권고ㆍ명령 때 꾸렸던 전문가자문위와 수정심의회의 자문을 다시 받아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최종 승인된 교과서를 또다시 심의하는 셈이어서 교육부 수정심의에 대한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게 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최종 승인된 교학사 교과서의 개항기부터 광복 이후 현대사에만 왜곡과 오류가 400여건이라는 분석결과를 이날 내놨다. ▲조선총독부를 '일본총독부'로 ▲통감부를 '조선통감부'로 쓰거나 ▦의학교와 관련 없는 '전무학당'을 '경성의학교'로 소개하는 등 교과서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표기도 다수다.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설명하면서 전례 없이 '국민집단지도체제'라는 용어를 쓰기도 했다.
한국역사연구회 등 한국사 분야 7개 학회도 오는 19일 최종 승인된 교학사 교과서를 검토한 결과를 발표하는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하일식 연세대 교수는 "교육부가 아무리 수정에 수정을 해도 도저히 교과서로 쓸 수 없는 수준의 책을 승인해 사회적인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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