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안정 전망은공포정치 장기화 땐 주민 불만 등 변수核 등 대외관계는추가 핵실험 가능성 커… 내년쯤 방중 추진할 듯대남 정책은 숙청 후유증 여부 따라 유화공세·도발 갈릴 듯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17일로 집권 3년차에 들어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2년 동안 김 1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구축해 준 후견인 그룹들을 대부분 물갈이하고, 급기야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2인자인 장성택까지 속전속결로 숙청하면서 1인 지배체제를 공고화했다. 하지만 지배체제 구축을 위한 속도전이 오히려 북한 내부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집권 3년 차를 맞는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어디로 향할지 궁금증을 더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도 30세에 불과한 김정은의 실험이 향후 북한 체제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체제 안정과 경제정책
김 1위원장이 장성택의 숙청을 계기로 '수렴청정' 시대를 끝내고 친위세력으로 권력구도를 재편한 만큼 단기적으로 체제의 안정화ㆍ공고화를 이뤄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구본학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김정은을 옹립한 뒤 사정ㆍ공안 기관까지 장악하는 파워를 가진 장성택과 측근들을 빠른 시간 안에 제거한 것을 보면 김정은이 체제 공고화에 한 걸음 더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흥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숙청 작업이 무리수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김정은의 권력은 빠르게 공고화 할 것"이라며 "북한의 역사를 보면 이런 진통을 거치면서 1인 지도 체제를 완성해 갔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장성택 측근들에 대한 후속 숙청 등으로 공포정치가 장기화할 경우 변동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권력은 안정화 될 것으로 보이지만 체제 안정은 또 다른 문제"라며 "공포 정치와 주민 통제에 대한 불만 등 또 다른 변수들이 상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과거보다 체제의 불안정성은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흥규 교수도 "한때 넘버2였던 고모부를 숙청하고 수많은 측근들을 정리하다 보면 일상적 정치 체제의 안정은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공고해진 권력 토대를 바탕으로 김 1위원장이 얼마나 내ㆍ외부적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가 향후 북한의 진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과 경제 병진노선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김정은으로서는 대내외의 상황 관리가 최대 과제"라면서 "리스크 관리에 성공한다면 유일지배체제의 홀로서기는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체제 안정과 직결되는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단 '경제ㆍ핵 건설 병진노선'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장성택 측근인) 박봉주 내각 총리를 숙청하지 않고 오히려 중용한다는 것은 경제는 경제대로 살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경제ㆍ핵 병진 노선도 불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체제 공고화 과정에서 이것을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핵 문제를 포함한 대외관계
대외 관계에서는 역시 핵 문제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북한이 추가 핵실험 등으로 위기를 고조시키는 전략을 고수한다면 최대 우방국인 중국과도 불편한 관계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김 1위원장이 지금까지 취해 온 태도로 미뤄볼 때 북한은 향후에도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군사적 도발 카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북한이 결국 핵을 갖고 뭔가를 하려고 할 것"이라며 "북미 간에 핵 문제를 놓고 이견이 큰 상황이라 북한은 추가 핵실험 등을 통해 레버리지 효과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흥규 교수도 "국제 사회에서 핵 보유를 인정 받기 위한 작업은 계속될 수 있다"며 "다만 중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러시아의 추인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북한이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북한의 최대 후원국인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소 갈렸다. 김근식 교수는 "대중 관계에 있어 핵심 채널인 장성택이 사라져 당분간 숨고르기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중국의 당혹한 분위기가 수습되면 내년쯤 김 제1위원장의 방중도 추진될 수 있고 북중 관계도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본학 교수는 "김정은이 방중 카드로 무리하게 핵실험 액션 등을 제시한다면 중국과의 관계는 불편하게 흘러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남북관계 및 대남정책
북한의 과거 행태로 볼 때 남북관계는 북한 체제 안정과 연동될 공산이 커 보인다. 김근식 교수는 "단기적으로 도발이든 유화책이든 변화 시도 여력은 없을 ?이라고 전제한 뒤 "내년 상반기 들어 내부결속이 잘 되고 장성택 숙청 후속 작업이 마무리된다면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인 유화공세로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반면 후유증이 있으면 외부 위기 조성을 위해 대남도발 등 강공책으로 선회할 가능성 있다"고 전망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도 "내부적으로는 체제 결속 상황에 따라, 외부적으로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남북관계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부침을 겪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체제 안정화라는 과도기 상황에서 강온전략을 복합적으로 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김흥규 교수는 "개성공단 등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겉으로는 협력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며 "하지만 남북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게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근본적인 힘인 만큼 견제와 교류라는 복합 전술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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