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은 국내 모든 산업을 통틀어 가장 싸움이 치열한 격전지.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물고 물리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 상대방 가입자 한 명을 빼오기 위해 수십 만원, 때론 그 이상의 출혈도 감수하고 있다.
이석채 전 회장의 중도 하차로 공석이 된 KT회장 후보에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내정됨에 따라 이동통신 3사간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경쟁 이동통신사들은 황 내정자에 대해 한편으론 바짝 긴장하는 모습, 다른 한편으론 다소 여유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황 내정자의 등장에 긴장하는 대목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신화를 일궈낸 검증된 스타CEO라는 점. 업계 관계자는 "KT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조직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어있지 않고 조직관리 역시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삼성출신 엘리트 CEO가 온 만큼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KT는 이동통신에 관한 한, SK텔레콤에 항상 뒤지는 '2등 주의'에 젖어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황 내정자가 이끌었던 반도체는 삼성이 후발주자로 출발해 처음으로 선두를 제치고 1등으로 올라섰던 분야"라며 "역전을 해봤고 1등이 되는 법을 아는 CEO인 만큼 업계 판도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반대로 황 내정자가 낙점된 것이 '다행'이란 시각도 나온다. 화려한 이력의 스타CEO이긴 하나, 기본적으로 하드웨어(반도체) 전문가이고 개발자인 만큼 치열한 이동통신전쟁터의 지휘관 스타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황 내정자의 '적장'인 하성민 SK텔레콤 사장과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모두 내로라하는 통신전문가. 하 사장은 신세기이동통신과 SK텔레콤을 거친 이 분야 전문가. 이상철 LG유플러스 회장 역시 KT사장에 정보통신부장관을 거친 정책과 기업을 모두 거친 베테랑이다. 이에 비해 황 내정자는 명성에 비해 이동통신분야 경력이 사실상 전무하다.
한 관계자는 "이석채 전 회장의 경우 우리나라 최고의 경제관료였고 KT회장 취임 이후 새로운 비전과 청사진은 제시했지만 일선 현장은 잘 몰랐다. 한마디로 숲만 보고 나무는 보지 못하는 스타일, 전략엔 강하지만 전투는 모르는 스타일이었고 이것이 결국 KT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KT는 LTE전환이 늦어지면서, 1위 SK텔레콤을 쫓아가기는커녕 오히려 3위 LG유플러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 특히 올해 '번호이동전쟁'에서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매달 마이너스(가입자 순유출)를 기록하며 47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빼앗겼다. 반면 LG유플러스는 매달 가입자를 늘리면서 올해만 42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유치했다. KT는 지난 3분기 실적에서 국내 이동통신사 중 유일하게 매출 하락을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황 내정자가 업무파악 및 장악에 나서기 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양사가 파상적 공세를 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황 내정자로선 위축된 시장 내 위상을 빨리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며 "초반 공세를 어떻게 견뎌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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