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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열기 뒤에 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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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열기 뒤에 반기

입력
2013.12.1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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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거세게 대립하고 있다. 극우 성향 대학생들이 대자보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사진을 붙이는 등 종북 프레임을 씌우자, 일부 대학에서는 대자보 훼손을 막기 위해 학생들이 불침번을 서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도 대자보 열풍은 계속 번져나가고 있다.

17일 계명대 단국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에서는 대자보에 김 위원장과 이 의원의 사진이 나붙었다.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게시판에는 이들 사진을 넣어 만든 유인물과 스티커, 이를 '안녕' 대자보에 부착하고 찍은 인증 사진 등이 게시됐다. 일부 일베 회원들은 "떨어지지 않게 초강력 본드로 붙이라"며 조롱했다.

철도파업 등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안녕' 대자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6일 경북대에 이어 17일 고려대에 반박 대자보가 등장했다. 자신을 '고려대 13학번 이모'라고 밝힌 한 학생은 대자보에서 "철도노조 파업이나 밀양 송전탑 건설 등에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현직 국회의원의 내란음모,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논란 등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진정한 정의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경남 김해 인제대 정문과 도서관 앞 게시판 등에 붙은 20여개의 대자보 일부가 16일 오후 찢어져 학생 5, 6명이 밤새 대자보를 지키기도 했다. 대학 측이 대자보 철거 방침을 밝히면서 대자보를 붙인 학생들과 충돌도 우려된다.

이 같은 논란에도 '안녕' 대자보 열풍은 1인 시위와 집단 성토대회 등 다양한 모습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날 서울 필동 동국대에서는 '안녕들 하십니까, 안녕하지 못한 동국인들의 성토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철도노조 파업, 밀양 송전탑 건설 강행,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등 사회적 이슈에 관해 토론하고, 취업난과 과도한 스펙 경쟁 등 대학생이 겪는 고충을 토로하며 마음을 나눴다.

1인 시위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서울역에서는 3, 4명이 각자 쓴 대자보를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이들은 "매일 철도를 이용하는 제가 외부세력인가요? 철도는 공공재입니다"라며 철도노조의 파업을 지지했다. 이들은 또 "저희는 비록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우리 사회가 안녕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태려 한다"며 지나는 이들에게 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예정된 촛불집회 참가를 독려했다.

이처럼 대자보에서 시작한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이 다양한 행동으로 분출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익명성을 탈피한 진정성이 공감을 이끌어 낸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인터넷이나 SNS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의 익명성 문화에서 벗어나 대자보에 실명을 공개하고 손글씨를 활용해 진정성을 느끼게 했다"며 "여기에 더 나은 자아를 완성하려는 젊은 세대의 욕구가 결합해 사회적 행동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철수 의원(무소속)은 이날 대전지역 신당 설명 행사에서 '안녕들 하십니까' 현상에 대해 "각 개인이 갖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의식들이 공명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라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분출"이라고 언급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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