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와인시장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와인 붐'이 일었던 2007년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와인은 2003년경부터 웰빙 열풍을 타고 마니아층을 탄생시켰으며, 와인을 다룬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을 통해 2007년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그 해 연간 수입량은 3,215만 ℓ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값비싼 와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과도한 와인열풍의 거품이 꺼지면서 점차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는 반전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와인 수입량은 2,673만ℓ로, 2007년 같은 기간(2,699만ℓ)에 육박했다.
다른 점은 '가격이 착해지고 있다'는 점. 2000년대 초반 와인 붐이 고가와인 중심의 거품으로 이어졌다면, 지금은 중저가 와인이 초 강세를 이루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영향도 컸다. 2010년 한·EU FTA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산 와인가격이 내려갔고, 2012년 한미 FTA로 캘리포니아산 와인가격이 떨어졌다. 이들 와인의 평균수입가격은 FTA이전 대비 10~15%가량 싸졌다. 이에 맞춰 대형마트들은 저가 와인을 해외에서 직수입해 팔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와인문화도 바뀌게 되었다. 한 마트 관계자는 "과거엔 고급 와인을 선물하거나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마시는 문화였다면 지금은 저렴한 와인을 사다가 집에서 즐기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마트의 11월까지 와인판매 누적실적은 435만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늘었다. 특히 판매량 톱 10 가운데 칠레의 'G7 까버네', 이탈리아의'발비 모스까또 다스티', 이탈리아의 '솔라시오 모스까토 다스띠' 등 2만원 이하 저가와인이 8개에 달한다. 이중엔 6,000~7,000원짜리 초저가와인도 4개나 된다. 이마트 이형순 주류팀장은 "칠레 와이너리와 손잡고 칠레 현지 수준의 가격으로 PL와인인 로스바스코스 2종을 팔았는데 한 달에 3만병 판매되는 등 호조를 보였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에서도 11월 누적기준 와인 매출은 지난 해 같은 기간 보다 7.8%늘었고, 특히 2만원 미만 와인 매출비중은 54%에 달하고 있다. 판매 순위 10위 가운데 1만원대 이하 와인은 7개다.
대형마트가 저가 와인 열풍을 주도하다 보니 와인 수입사들이 난처해졌다. 나라셀라(몬테스), 신동와인(몬다비), 금양인터내셔널(1865) 등 주요 와인 수입사들은 각 사의 고급 리딩 브랜드로 차별화하는 한편 대형마트 등에 납품하는 저가 와인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업계는 내년 와인시장이 올해보다 15%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특히 저가 스페인 와인이 내년에는 두 자릿수 점유율을 보이면서 칠레 와인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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