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 추모 행사가 열린 17일 여동생 김경희 당 비서가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경희는 지난해 1주기 때는 중앙추모대회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나타나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올해는 두 행사 모두 불참했다. 남편 장성택이 전격 처형된 데 따른 후유증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김경희가 참석하지 않은 것은 둘 중 하나다. 마음이 편치 않거나 몸 상태가 많이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다. 김경희는 김정은의 고모이자 후견인으로서 김일성 주석의 사실상 유일한 혈육이다. 김정은 체제의 권력기반인 백두혈통의 상징인 것이다. 북한이 14일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의 국가장의위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김경희를 앞 순번인 6번째로 거명하며 건재를 알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경희는 김정은에게 정치적으로 상당한 이용가치가 있다"며 "백두혈통의 존재를 주민들에게 확인시켜야 어린 권력자의 부족한 리더십을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정은은 어떻게든 김경희를 전면에 내세우려 했지만 김경희가 거부했을 가능성이 높다. 남편이 처형돼 대중의 비웃음을 살 수 있기 때문에 김경희가 버텼고, 최고 권력자 도 고모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이날 추모대회에서 김정은이 침통한 가운데 때로는 분노와 고민에 사로잡힌 듯한 표정을 지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장성택 처형 이후 김경희의 후광을 업으려던 김정은의 구상이 차질을 빚으면서 향후 권력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달리 김경희는 오랜 유방암 투병에다 최근 치매까지 겹쳐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문제로 인한 불참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장성택과는 이미 사이가 틀어진 상태로 알려져 있지만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에 상당한 심적 갈등을 겪었다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김경희는 워낙 강단이 센데다 위독설이 수년 전부터 나온 만큼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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