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오영(54) 청와대 행정관이 6월 11일 오후 직접 팩스로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받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윗선'에 대한 수사가 미궁에 빠진 가운데 조회를 요청한 조 행정관과 이 요청에 따라 정보를 유출한 조이제(53)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17일 기각돼 수사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엄상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7일 "현재까지의 범죄혐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심리는 오전 11시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됐으며,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은 가족관계부 열람 경위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조 행정관 측은 이날 심문에서 6월 11일 오후 조 국장을 통해 팩스로 채군의 가족관계부를 전해 받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 김모 팀장도 검찰 조사에서 6월 11일 오후 2시47분 조 국장의 요청으로 채군의 가족관계부를 뗀 뒤 조 국장에게 팩스로 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6월 11일은 채동욱 전 총장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밝힌 날이다.
반면 조 행정관의 가족관계부 조회 요청에 응한 것으로 알려진 조 국장 측은 당일 오후 4시30분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조 행정관과 채군의 주민등록번호와 가족관계부 내용 등을 주고 받았다는 기존 진술을 유지했다. 검찰은 대법원 전산시스템을 통해 오후 2시47분께 먼저 조회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한 상태여서,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이 약 2시간 후 주고 받은 문자의 성격을 놓고 수사가 미궁에 빠진 형국이다.
검찰은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의 '윗선'이 앞서 채군의 정보 조회를 요청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4시30분쯤 둘이 연락을 주고 받은 흔적을 남겼거나, 제3의 인물이 먼저 김 팀장에게 정보 조회를 부탁했고 조 행정관은 이와 별개로 나중에 정보를 요청한 경우 등 여러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애초 청와대는 자체 감찰을 통해 조 행정관이 안전행정부 김모 국장의 요청으로 채군 정보 조회에 나섰다고 발표했으나, 휴대전화 등 분석에서 김 국장의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검찰은 채군의 개인정보 조회를 지시한 '윗선'이나 제3의 인물을 찾기 위한 조사를 계속할 방침이지만,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의 신병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데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됐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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