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장하나, 양승조 의원의 이른바 '막말 파문'으로 정치권이 여전히 시끄럽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대선 불복과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을 연상케 하는 발언을 했다며 두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윤리위에 제출한 상태다. 물론 두 의원의 발언 진의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댓글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 데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너무 과격한 표현을 동원했다는 게 문제다. 국회의원이 갖춰야 할 품격의 언어가 아쉽다.
■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국가원수모독죄'란 게 있었다. 3공 시절인 1967년 4월 장준하 선생이 이로 인해 옥고를 치렀고, 5공 때에도 재야인사들이 고초를 겪었다. 그러다 1988년 12월 여야 합의로 폐지됐다. 대신 국회법에는 언행에 각별한 유의를 주문한 국회의원의 품위 유지 의무 조항이 있다. 민주당 두 의원이 이 조항을 위반했다는 게 새누리당 주장이다. 징계 절차가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모르나, 여권에게 공세의 빌미를 준 것은 분명하다.
■ 하지만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 행위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9년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해 "쥐박이, 땅박이, 2MB"라고 독설을 퍼부었고, 1998년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꿰매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논란은 일었지만 대통령이 나서지는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무대응으로 일관했고, 김 전 대통령은 TV에 나와 "다음날 일어나보니 입이 간질거렸다"고 웃어 넘겼다.
■ 이번 일이 이전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할지 모르나 박 대통령과 청와대까지 나서 대응한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여당은 충성 경쟁을 벌이듯 공세 강도를 높이고 있고, 일각에서는 국가원수모독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도 나온다. 두 의원의 발언이 사회적 통념 수준을 벗어났다는 지적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때문에 정치 행위에 대한 비판은 오롯이 국민에게 맡기고, 여권은 점잖게 제자리를 찾아가면 된다. 그게 품격의 정치다.
염영남 논설위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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