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 물건을 고르기 위해 경매법정부터 찾아가는 사람들은 시쳇말로 '아저씨'다. 요즘 경매 고수들은 부동산경매 카페에서 핵심 정보를 얻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 등록된 경매 관련 카페만 4,091개, 가장 큰 부동산경매 카페의 회원 수는 약 13만명에 달한다.
17일 인터넷 포털 다음의 H카페에서 회원들이 경매 전략을 짜는 모습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회원들은 카페 게시판에서 현장실사→입찰과 낙찰→명도(거주자를 집에서 내보내는 일)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서로 생중계하고 단계별 전략을 공유한다.
8월 집을 낙찰 받은 한 회원은 명도에 성공했다며 후기를 올렸다. 소송을 하라며 집을 안 비우는 거주자에게 카페에서 배운 대로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네요"라고 잘라 말하니, 거주자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었다는 이야기였다. 이외에도 카페엔 연락을 피하는 거주인을 만나는 법이나 명도 협상요령 등이 자세히 올라와 있다.
그렇다고 카페 구성원이 모두 전문적인 '경매꾼'은 아니다. 카페 게시판에는 "신혼집 마련을 고민하다 카페를 찾아왔다"는 '예랑(예비신랑)'부터 "생각만 하다 태도를 적극적으로 바꾸려고 가입했다"는 30대 주부까지 다양한 가입인사가 올라 있다. 최근 카페에 가입한 사람은 재테크 수단을 찾는 젊은 직장인부터,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주부, 은퇴 후 소일거리를 찾는 노인까지 다양하다. 회원 중엔 경매로 집을 사 임대하거나, 몇 개월 안에 팔아서 돈을 벌려는 사람이 여전히 다수지만 가입자 구성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다른 사람이 쓴 성공담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낙찰 받아 대박을 터뜨리겠지' 하고 꿈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경매카페가 늘 붐비는 가장 큰 동력이다. 16일 H카페 게시판에는 "저희도 드디어 낙찰"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해 경매에 입문했다는 부부는 40여 번의 입찰 끝에 낙찰에 성공했다며 "경매 때문에 중앙 남부 북부 의정부 인천 부천 안양 성남 수원 등 안 가본 법원이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회원은 "신혼부부를 위장해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경매물건 주변 시세를 알아보느라 가슴이 떨렸다"며 첫 현장실사 소감을 전했고, 글마다 축하, 격려 댓글이 달렸다. 이런 과정을 통해 회원들은 경매가 주는 심리적 부담 즉 '경매는 집주인을 내 쫓는 것'이란 생각도 희석시킨다.
앞으로 온라인 경매 카페는 더 번성할 가능성이 높다. 가구 연 소득의 4배가 넘을 만큼 여전히 비싼 서울 아파트 가격이 부담스런 사람들이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싼 값에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는 경매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은 올해 수도권 아파트 응찰자 수가 이미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고, 연말이면 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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