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축구 대표팀 수비수 요십 시무니치(35)가 경기장에서 나치 구호를 외쳤다가 내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6일(현지시간) 시무니치에 대해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10경기 출전금지와 벌금 3만스위스프랑(3,56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향후 일정으로 볼 때 대표팀 주축 수비수인 시무니치의 브라질 월드컵 출전은 사실상 좌절됐다. FIFA는 크로아티아 축구협회에도 7만스위스프랑의 벌금을 부과했다.
시무니치가 문제의 구호를 외친 곳은 지난달 19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월드컵 예선전. 선발 출장한 그는 팀의 2-0 승리로 본선 진출이 확정되자 마이크를 잡고 관중석을 향해 네 차례에 걸쳐 "조국을 위해!"라고 선창하고 "준비됐다"라는 응답을 끌어냈다.
시무니치와 크로아티아 관중이 주고받은 구호는 2차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이 크로아티아를 점령하고 세운 괴뢰정부가 쓰던 구호였다. 이 괴뢰정부는 1941~45년 크로아티아ㆍ보스니아 지역에서 세르비아인, 유대인, 로마(집시) 등 70만명을 학살했다. FIFA는 "시무니치가 인종차별적 구호로 인간 존엄을 훼손했다"고 질책했다. 크로아티아 축구연맹은 시무니치의 행동에 그런 의도가 없었다며 FIFA에 이의를 신청하기로 했다.
구 유고슬라비아연방 일원이었던 크로아티아는 다양한 인종ㆍ종교적 배경을 지닌 이웃들과 오랜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는 2차대전, 보스니아 내전 등에서 서로 학살극을 벌인 앙숙이다. 미국 유명가수 밥 딜런도 지난해 인터뷰에서 크로아티아인을 나치, 세르비아인을 유대인에 비유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이달 초 프랑스 크로아티아계 단체에 고소 당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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