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최신형 단거리 전술 미사일을 유럽 접경지역에 전격 배치한 것이 확인됐다.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가 주도하는 유럽 미사일 방어체제(MD)의 대응차원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미사일 사정권 안에 든 해당 국가들과 미국은 "지역의 불안을 가중시킨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에 신(新) 냉전구도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군이 발트해 연안의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주에 최신형 단거리 전술 미사일 '이스칸데르(SS-26)'를 배치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앞서 독일 일간지 빌트가 러시아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폴란드와 발트3국(리투아니아ㆍ라트비아ㆍ에스토니아) 접경지역에 이스칸데르 10기 이상을 배치했다고 최근 보도한 것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간접 시인한 것이다. 빌트는 자국 보안 기관의 기밀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러시아가 1년에 걸쳐 미사일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핵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는 최대 사거리 500㎞로, 기동성과 정확성을 자랑한다. 상대의 미사일 시스템과 장거리 대포, MD 시설 등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최신형 무기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미사일 배치는 미국 등이 러시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럽 MD 구축계획을 강행하고 있는데 따른 대응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2011년 동유럽에 들어설 나토 MD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자국 서부 지역에 배치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은 MD 방어망 구축이 이란 미사일 등 잠재적 위협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러시아는 서방의 미사일이 자국 영토를 표적으로 한 공격무기로 전용되거나 러시아의 핵 억지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고르 코나셰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미사일 배치가 국제법규에 어긋나지 않는 만큼 서방국가들로부터 항의를 받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정당성을 주장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러시아는 최근 칼리닌그라드주에 미사일 공격 경보 레이더 기지 구축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트3국은 즉각 반발했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국방장관들은 "발트해 연안의 여러 국가들이 러시아의 미사일 배치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 문제는 이 지역에서 힘의 균형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가장 큰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도 러시아에 지역 내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러시아는 해당지역을 불안하게 만드는 더 이상의 전진을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우리는 이웃 국가들이 러시아 미사일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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