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길 위의 이야기/12월 18일] 9시와 10시 사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길 위의 이야기/12월 18일] 9시와 10시 사이

입력
2013.12.17 11:21
0 0

아이들을 키우느라 회사를 그만두고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동생이 다시 취직을 했다.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다. 동생은 제 편에서 미리 협상 조건을 준비했다. 몇 군데 서류를 넣고 면접을 다니며 자기 경력에 한참 못 미치는 연봉을 제안했다. 대신 출퇴근 시간 조정을 요구했다. 10시 출근 5시 퇴근. 아이들의 시간에 아슬아슬 맞출 수 있는 선이었다. 이 조건을 수락한 회사가 동생의 직장이 되었다. 그런데 동료들과 함께 하는 생활이라 퇴근 시간은 약속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양이다. 억울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동생은 예상했던 일이라 했다. "언니는 회사를 안 다녀봐서 잘 모르는구나. 아침 한 시간을 얻은 것만도 얼만데. 10시 출근은 직장맘의 꿈이야. 애들 밥 먹여 학교랑 유치원에 보내고 나올 수 있는 걸. 러시아워를 피할 수 있는 건 덤이고." 동생은 웃었고, 9시와 10시 사이의 소중함을 모르던 나는 머쓱해졌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회사를 직접 꾸리는 친구를 만났다. 마침 출근 얘기가 나와 동생의 말을 들려주었다. "아, 우리 직원 하나도 그런 요청을 한 적 있어. 나는 거절했어." "왜?" 친구는 뾰족한 웃음을 지었다. "너는 회사를 운영해 보지 않아 잘 몰라. 설령 한 시간을 빈둥거린다 해도 9시를 지키는 건 매우 중요해." 나는 또 머쓱해졌다. 9시와 10시 사이에는 내가 모르는 무엇이 이렇게나 많다. 세상은 제각각의 시간들로 내내 붐비고 있다.

신해욱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