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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의 뜻을 추상적으로 표현해야 훌륭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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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의 뜻을 추상적으로 표현해야 훌륭한 음악"

입력
2013.12.1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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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현대음악 작곡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80)가 서울국제음악제 참석을 위해 내한했다. 모국인 폴란드에서 '음악 대통령'으로 추앙 받는 거장인 펜데레츠키는 1989년 이후 꾸준히 한국을 찾았지만 이번 방한의 의미는 특별하다. 16일 시작해 20일까지 이어지는 서울국제음악제는 그의 여든 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자리로, 일부 연주는 직접 지휘도 맡는다.

그를 16일 입국 직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음악은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왔다"는 펜데레츠키는 "나 스스로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을 늘 목표로 삼았다"고 작곡가로서 삶의 원칙을 밝혔다.

"내게 음악은 말보다 앞서는 소통의 수단입니다. 일곱 살 때 할머니의 생신을 맞아 쓴 춤곡인 폴로네이즈가 작곡의 시작이었어요. 변호사이면서 바이올린 연주에 능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바이올린으로 음악을 시작했지만 작곡의 규칙에 관심을 가지면서 열일곱 살 때 크라코프음악원에서 본격적으로 작곡 공부를 시작했죠."

그가 작곡가로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1959년 바르샤바 작곡 콩쿠르에서 1, 2, 3등을 휩쓸면서부터다. 그가 꼽는 작곡 인생의 첫 번째 터닝포인트다. "건축과 역사 유물,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당시 서방으로 여행하는 게 불가능했던 사회주의 국가 폴란드의 소도시에서 자라면서 막연히 이탈리아 여행을 꿈꿨죠. 콩쿠르는 1등 부상이 이탈리아 여행이었기 때문에 참가한 거였어요."

펜데레츠키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오케스트라가 한 덩어리가 돼 움직이면서 다양한 색채감을 나타내는 '톤 클러스터'다. '히로시마 희생자를 위한 애가'(1960), '성 누가 수난곡'(1966) 등을 통해 각인시켰다. 그는 "단순히 멜로디와 화성으로 구성하지 않고 독립적인 선율의 조합으로 구성하고자 애썼다"며 "다성음악적(폴리포닉)이면서 수평적"이라고 자신의 음악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들 대표곡에 실존에 대한 주제를 담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나는 전쟁의 시대를 살면서 수많은 죽음을 지켜봤어요. 유년기의 그런 극단적인 경험은 인생 전체를 좌우하기 때문에 내 음악 곡목 중에는 심오한 게 많죠. 늘 범세계적인 중요한 주제를 음악에 담기를 원했어요."

그는 "아우슈비츠 희생자를 추모하는 '분노의 날'(1967)이나 '폴란드 레퀴엠'(1980/84)의 경우도 다른 시대, 다른 지역에서 태어났다면 나오지 않았을 곡"이라며 "모든 음악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곡에 주제 의식을 담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늘 힘겹게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음악을 써 왔다"는 그는 다양한 악기도 실험했다. 20일 KBS교향악단과 함께 연주할 교향곡 7번 '예루살렘의 7개의 문'에는 그가 고안한 튜바폰이라는 타악기가 쓰인다. KBS교향악단은 이번 연주를 위해 악기를 특별 제작했다. "소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 악기가 필요했다"는 펜데레츠키는 "그래서 소리의 범위가 넓고 개성적인 인간의 목소리가 가장 훌륭한 악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은 반드시 추상적인 예술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작곡가의 뜻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곡은 훌륭한 음악이 아니다"고도 했다.

"50여 년 전 내 음악을 당시 대중은 어렵다고 했지만 지금은 널리 연주되고 있죠. 내가 추구하는 아방가르드의 의미도 40~50년 주기로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나는 누구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쉽게 듣는 그런 음악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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