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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12월 18일]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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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12월 18일]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입력
2013.12.1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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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와 프로배구가 잇단 오심 판정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지향하는 스포츠에서 오심은 없어야 하지만 심판도 인간인 이상 오심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오심에 어떻게 적절하게 사후 대처를 하느냐는 점이다.

기자도 개인적으로 오심 때문에 피해를 본 적이 있다. '러브올'이라는 테니스동호회 회원인 기자는 얼마 전 열린 자체 대회에서 오심의 희생양이 됐다. 동호회는 주로 복식 경기를 하는데 여성 회원들과 혼성조를 이뤄 경기를 할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3점을 어드밴티지로 주는데 아마추어 대회도 대회인지라 위축된 플레이가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4강 진출전에서 만난 상대조는 혼성조였다. 어영부영 하다 세트스코어 4-4가 됐는데 40-30으로 앞선 상황에서 우리가 넘긴 공이 전위에 있던 여성 동호인의 라켓 헤드를 스쳤다. 순간 여성 동호인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파트너는 열심히 공을 받아 넘겼다. 순간 고민스러웠다. '아! 라켓에 스친 것을 지적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결국 기자는 지적하지 않았고, 그 게임을 상대조에 넘겨주며 4-5로 역전을 허용해 패하고 말았다.

사람은 참 옹졸한 것 같다. 그냥 통 크게 넘어갔으면 됐을 것을 뒷풀이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넌지시 꺼냈다. 여성 동호인은 라켓에 맞았다고 수긍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아, 나의 옹졸함이여!

아마추어 동호회 대회에서 나오는 오심도 그럴진대 오랜 훈련을 거쳐 맞이한 시즌 경기에서 오심이 나와 승패가 뒤집히면 당사자들은 얼마나 속이 상할까. 오심 당시에는 한 경기의 승패에 그칠지라도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싸움이 전개되면 오심으로 놓친 경기가 두고두고 가슴 칠 일로 남게 된다.

지난 11일 프로농구 LG와 오리온스의 경기에서 나온 오심은 직접 승패에 영향을 미친 사례다. 오리온스가 62-63으로 뒤진 4쿼터 종료 3분42초를 남기고 심판은 전태풍이 공을 잡고 사이드라인을 밟았다고 판정해 LG의 공격권을 선언했다. 그러나 중계화면을 보면 전태풍의 발은 선에 닿지 않았다. 이날 경기는 LG가 연장전 끝에 이겼다. 4년 1개월 만에 단독 선두에 오른 LG는 머쓱했고, 패자 오리온스는 땅을 쳐야 했다.

프로배구도 예외는 아니다. 단일 세트 최다득점(110점ㆍ56-54)과 최장시간(59분) 경기 등 각종 기록이 쏟아진 11월 26일 대한항공-러시앤캐시의 경기 결과도 오심 덕분(?)이었다.

결과론이지만 규칙대로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에게 레드카드가 주어졌다면 러시앤캐시가 41-40으로 앞설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후 이어진 대한항공의 공격 범실까지 감안하면 러시앤캐시는 3세트를 42-40으로 챙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오심 사태는 배구연맹의 최다득점 기네스북 등재 추진에 묻혀버렸다.

한 시즌에 수 십 경기를 치르는 종목의 선수들도 그럴진 데 4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올림픽에서 오심의 피해자가 생기면 그 억울함은 하늘을 찌를 것이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잇단 오심의 당사자가 됐다. 유도 조준호의 판정 번복, 펜싱의 신아람을 울게 만든 1초 논란 등이 그 예다. 이 밖에도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 할리우드 액션의 피해자 김동성, 2004 아테네올림픽 때 체조 양태영의 '도둑 맞은 금메달'도 있다. 그나마 박태환이 남자 수영 400m 예선에서 실격 판정을 받았지만 코칭 스태프와 선수단의 빠르고 정확한 대처로 은메달을 따낸 경우가 오심에 제대로 대응한 모범 사례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소치올림픽 한국 선수단장을 맡게 된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은 얼마 전 기자 간담회에서 "종목별로 대응 매뉴얼을 숙지시켜 오심의 희생양이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심 없는 경기가 최선이지만 일단 오심이 나올 경우 바로 잡을 수 있는 것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 소치올림픽 기간 중 한국 선수단에서 오심의 희생양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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