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변모(44)씨는 최근 금리가 떨어졌다는 소식만 들으면 손해를 본 것 같다. 그는 지난해 11월 1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으면서 고정금리를 택했다. 당시 고정금리는 연 4.1%, 변동금리는 연 4.3%대로 비슷했고, “언제 오를지 모르는 변동보다 고정이 낫다”는 은행 직원의 조언을 따른 것이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고정금리 상품을 권장해 대출 갈아타기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시중금리는 더 떨어져 변씨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늘어만 가고 있다. 1년이 지난 현재 변동금리가 0.8%포인트 하락(3.5%)하면서 변씨는 매달 이자로 7만5,000원을 더 내게 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가 매달 최저치를 경신하자 고정금리를 선택한 대출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 1년 새 0.5%포인트나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고정금리 대출자들이 이자를 더 내는 셈이 됐기 때문.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픽스(신규취급 기준)는 11월 현재 2.60%까지 떨어져 2010년 도입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2.99%) 이후 9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하락세다. 반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3년 만기 국고채금리는 이달 3.4%대까지 상승했다. 올 초(2.76%)와 비교하면 0.7%포인트 이상 올라 결국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담보대출의 금리차가 커진 것이다.
이 때문에 예금은행 가계대출(잔액기준)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월 현재 21.7%로, 올해 6월(23.2%) 이후 넉 달 연속 하락했다. 가계대출 신규취급금액에서 고정금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새 34.5%포인트 줄어 올해 10월 16.0%를 기록했다.
정부는 가계부채 대책으로 고정금리 대출을 독려하며, 은행들에게 2016년까지 고정금리 비중을 30%로 높이라고 주문한 상황이다. 은행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까지 물며 변동금리로 갈아타려는 대출자가 나올 정도로 고정금리 대출자들의 불만이 높다”며 “3년 안에 대출을 갚을 예정이라면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