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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신화' 평가… 위기의 KT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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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신화' 평가… 위기의 KT 구할 수 있을까

입력
2013.12.1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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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출신의 낙하산'은 없었다. 오히려 캠프출신 인사들은 탈락했다.

KT는 16일 CEO 추천위원회를 열어 국내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로 꼽히는 황창규(60) 전 삼성전자 사장을 차기 CEO 후보로 내정했다.

추천위는 전날 회의를 열어 공모를 통해 신청 받은 20여명 가운데 권오철 전 SK하이닉스 대표,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 임주환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황 전 사장 등 4명을 압축했고, 이날 심층면접을 실시했다.

당초 KT주변에선 황 내정자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 김 전 차관은 통신정책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인데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에 참여했던 터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임 전 원장 역시 통신전문가로, 박 캠프에 간여했던 경력이 있다. 황 내정자는 반도체 전문가이긴 하나 통신 쪽 경험이 없어, 이력만 놓고 보면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든 구조였다.

하지만 CEO 추천위는 예상을 깨고 황 내정자를 선택했다. 한 소식통은 "캠프 쪽 인사를 뽑을 경우 낙하산 논란을 피하기 힘들고 결국 나중에 정권이 바뀌면 이석채 전 회장처럼 또다시 중도하차의 악순환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 이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된 듯 하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황 내정자의 낙점은 역대 KT의 CEO 인선관행에 비춰볼 때, 커다란 진전으로 평가 받고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전자공학박사를 받은 그는 1992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이사, 반도체연구소장과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반도체총괄사장, 기술총괄사장 등을 거쳤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과 함께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으로 꼽히며, 특히 2002년엔 자신의 성을 딴 '황의 법칙'을 발표해 전세계 반도체 업계에 이름을 떨쳤다.

황의 법칙이란 반도체의 저장용량이 1년마다 2배씩 늘어난다는 것으로, 18개월 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인텔의 전 CEO였던 고든 무어가 발표한 '무어의 법칙'을 깨뜨린 이론이다. 실제로 황 후보는 대용량 메모리반도체를 매년 꾸준히 발표해 자신의 이론을 입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서 물러난 뒤론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산자원부)에서 국가R&D전략을 수립하는 R&D전략기획단장을 맡았으며, 올해 성균관대 석좌교수로 영입됐다.

KT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축적한 역량과 검증된 전문성, 글로벌 경험이 높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안다"면서 "통신분야 경험이 없다고는 하지만 삼성전자에서 퇴사 전 기술총괄을 맡으면서 휴대폰 및 통신장비 쪽도 많이 살펴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통신회사를 넘어 소프트웨어 회사, 콘텐츠 유통회사로 변신하고 있는 KT를 전형적 하드웨어 전문가인 황 전 사장이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기본적으로 개인고객(B2C)을 상대하는 기업이다. 요금, 마케팅, 보조금, 타 이동통신업체와 경쟁, 규제당국과 관계 등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삼성전자에서 기업고객(B2B)업무만 한 새 CEO로선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KT의 복잡한 노사관계 역시 노조상대경험이 전혀 없는 황 내정자에겐 큰 걸림돌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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