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조직 설치 지시는 '장성택 처형' 이후 한반도 안보 정세가 매우 엄중하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다. 그간 외교ㆍ안보의 콘트롤 타워 기능을 맡았던 국가안보실 만으로는 안보 상황에 대한 종합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취약하다고 보고, NSC 사무조직 부활로 범정부적인 역량을 결집해 북한 급변 사태 등에 대비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16일 브리핑에서 "지금은 국가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센터에서 NSC 회의를 소집하고 행정업무와 기능을 담당해왔으나 이번에 장성택 처형 등 여러 가지 한반도 주변 상황을 감안해 NSC 사무조직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게 박 대통령의 지시였으며 회의 참석자들도 필요성을 적극 개진했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NSC 사무조직의 규모, 기존 국가안보실과의 관계, 직급 등 구체적인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향후 논의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NSC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 외교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하며 의장은 대통령이 맡는 헌법상의 대통령 직속 외교 안보 자문기구다. 이전 정부에서는 유명무실했다가 김대중 정부 때 NSC 상임위원회와 사무처가 상설기구화해 적극 활용됐고 노무현 정부 때는 NSC 사무처가 외교ㆍ안보 총괄 기능을 맡으며 위상이 크게 강화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대북 햇볕정책 센터'라는 정치적 이유 등으로 NSC 상임위와 사무처가 폐지됐다가 천안함 사태를 겪으며 청와대 내 국가위기관리실이 만들어졌고 현 정부에서는 그 기능이 국가안보실로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는 애초 인수위 시절 국가안보실에 외교안보의 콘트롤 타워 기능을 부여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실제 조직 운영 과정에서 외교안보수석실과의 이원화 등으로 인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또한 NSC도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8월 을지연습 때 한 차례만 소집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박 대통령은 그간 주요 외교 안보 현안이 발생했을 때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소집해 대응해왔다.
때문에 NSC 사무처 부활 방침은 외교안보의 콘트롤 타워 역량 강화로 풀이된다. 외교 안보 상황에 대한 범정부적 회의체로서 NSC를 적극 활용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총괄 센터로 NSC 사무처를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NSC 사무처가 대북 포용 정책에 중점을 뒀다면 새롭게 부활하는 NSC 사무처는 북한 돌발 사태나 급변 사태 등에 대비해 안보 기능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북한 정세를 위기 관리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돌발사태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확고한 안보태세를 주문했다. '장성택 처형'이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 과정이 될 것이란 시각과 달리, 체제 불안정성이 급증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갑작스런 정권 교체나 쿠데타 등 급변사태에 대비한 대응 방안에 대한 보완 작업도 논의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