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이후에도 북한의 경제정책은 큰 타격을 받지 않는 분위기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내부적으론 스탈린식 공포정치를 공고히 하면서도 연일 민생행보를 펼치며 경제관련 사업들에는 이상이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장성택 개인에 대한 잔혹한 처형과 달리 경제사령탑인 내각과 노동당의 장성택 경제라인이 건재한 점은 향후 이들에게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을 가능케 한다. 박봉주 내각 총리는 물론 국가계획위원장을 겸하는 로두철 내각 부총리,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모두 13일 사망한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 장의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장성택의 사형 판결문은 "놈(장성택)은 무역ㆍ외화벌이 단위를 조직하는 문제 등 내각이 경제사령부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했다"고 지적했다. 장성택 인맥으로 분류된 경제담당 인사들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는 의미다. 한 탈북자는 16일 "리룡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이 공개 처형된 것도 사실상 뇌물상납을 관장했기 때문"이라며 "장성택의 당 행정부 인맥이 중심이 된 부패 고리는 상당부분 걷어 낼 전망"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지도부가 장성택에게 정권찬탈 음모를 씌웠지만 사실 권력남용과 개인비리 등 괘씸죄가 핵심"이라며 "장성택의 비리 행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내각 쪽 경제라인이 김정은식 개혁ㆍ개방을 뚝심있게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경제개발구(특구) 유치를 지원하는 민간단체 인사의 말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윤영석 조선경제개발협회 국장은 15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장성택 일당이 우리 경제에 큰 해를 끼쳤지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경제 정책에는 어떤 변화도 없으며 이전과 완전히 똑같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13개 경제개발구 개발 계획과 외자 유치 작업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은 김정은 정권이 경제 재건의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2년 만에 내놓은 종합 외자유치 프로젝트다.
또 북한 당국은 최근 중국과 신의주-개성을 연결하는 고속철ㆍ고속도로 건설에 합의하고, 개성공단 남북공동위 회담을 남측에 제의하는 등 적어도 경제사안으로 엮인 북중ㆍ대남관계는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당ㆍ정ㆍ군 곳곳에 포진한 장성택의 경제적 영향력을 솎아냄으로써 오히려 정책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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