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ㆍ연평도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군부의 강경파 김격식(75)이 최근 공개행사에 부쩍 모습을 드러내 주목된다.
김격식은 지난 8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 때 객석의 맨 앞줄에 앉아 장성택이 끌려나가는 모습을 놀란 표정으로 지켜봤다. 16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 앞 광장에서 열린 북한군 충성맹세 모임에 참석해 군부 핵심인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리영길 총참모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등과 나란히 서서 충성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김격식의 현재 군부 내 보직은 알려져 있지 않다. 김격식은 지난해 10월 인민무력부장을 거쳐 올 5월 총참모장에 임명됐지만 김정은 체제의 세대교체 흐름에 밀려 10월 리영길로 교체됐다. 당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을 맡고 있는 게 전부다.
이처럼 전직 군부인사인 김격식이 최근 북한에서 열린 중요 정치행사에 잇따라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장성택 처형으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의도적으로 군부 원로인 김격식을 노출시켰다는 관측이 나온다. 군부 내 영향력이 남아 있는 김격식의 충성 맹세를 앞세워 군부의 동요를 다잡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김정은은 잦은 계급 강등과 복권, 갑작스런 인사교체를 통해 군부를 장악했다. 이런 맥락에서 장성택이 득세하는 과정에 힘이 빠졌던 군부를 다독이려는 포석으로 김격식을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는 역할론도 제기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풀 꺾인 것으로 평가 받았던 김격식이 외부에 자주 노출되는 것은 그가 모종의 정치적 역할을 맡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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