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회전초밥집 스시로는 접시마다 감지기가 붙어 있다. 감지기는 손님이 접시를 고를 때마다 컴퓨터로 자동 전송돼 나중에 음식값 총액을 계산하게 해준다. 따라서 사람이 일일이 팔린 음식을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스시로는 이렇게 집계된 자료를 토대로 어떤 초밥이 언제 잘 팔리는지를 분석, 항상 신선한 초밥을 내놓는다. 이게 스시로의 경쟁력이다.
이 원리가 사물인터넷(M2M, machine to machine)이다. 사람이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각종 기기들이 통신망을 통해 알아서 필요한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사람의 손을 덜어주고, 하기 힘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 업계는 이 사물인터넷이 아직은 초보단계이지만 미래 산업혁명의 중요한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스마트폰 태블릿PC 컴퓨터를 제외한, 사물인터넷이 내장되는 기기가 2009년 9억대에서 2020년 30배 늘어난 260억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리면 모든 물건에 인터넷 접속기능이 내장된다. 그래서 요즘은 '만물통신'(IoTㆍInternet of Things)으로 부르기도 한다. 집에서 사용하는 TV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은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 공장설비, 심지어 도로까지 인터넷 접속기능이 추가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 기기나 시설물의 현재 상태를 굳이 가서 볼 필요 없이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 역시 스마트폰으로 내릴 수 있다. 심지어 댐이나 하천 깊은 곳의 수질 및 수량 관리, 높은 공장 굴뚝의 오염물질 배출확인 등 사람이 하기 힘든 일들도 사물인터넷으로 처리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조치하지 않아도 선제적으로 기기가 알아서 사전 예방 조치나 사후 처리를 자동으로 취하는 것이 목표다.
그만큼 적용 분야도 가정 생활부터 각종 산업까지 무궁무진하다. 올해 일부 지역에 도입된 음식물쓰레기 수거시스템이 대표적 사례다. 각 가정마다 지급된 스마트카드를 댄 다음 쓰레기를 버리면, 수거함 아래 장착된 전자저울이 '○동○호에서 ○㎏의 쓰레기를 버렸다'는 사실을 인식해 요금을 부과하게 된다.
해외에선 이미 생활 곳곳에 사물인터넷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신푸쿠청과는 농지 300여곳에 감지기를 부착해 토양의 온도, 수분과 일조량 등을 확인한 뒤 언제 어디에 어떤 작품을 파종할 지 결정해 수확량을 높이고 있다. 네델란드의 사프크드사는 젖소에 미세한 반도체로 된 감지기를 부착해 사료 섭취량, 행동 패턴 등을 회사로 자동 전송해 이를 토대로 소수 인원이 신선한 우유를 생산할 수 있도록 젖소를 관리한다.
자동차를 스마트폰으로 원격 관리하는 텔레매틱스도 대표적인 사물인터넷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4월 '산타페'에 스마트폰으로 원격 시동 및 주차 위치 확인 등이 가능한 '블루링크'시스템을 선보였고,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사물인터넷이 적용된 냉장고와 세탁기를 출시해 외부에서 스마트폰으로 보관 식품 상태나 세탁 상태 등을 원격으로 확인해 부족한 식품을 모바일 쇼핑으로 주문하거나 세탁 과정 등을 추가할 수 있다.
이처럼 사물인터넷이 각 분야로 확산되면 반도체, 스마트폰, 통신서비스 등 관련 산업도 급속도로 확장될 것이란 전망이다. 가트너의 피터 미들턴 책임연구원은 "2020년에 관련 반도체 가격이 1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등 부품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확산돼, 사물인터넷이 창조하는 세계시장의 부가가치는 1조9,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 봤다. KT도 내년 주목해야 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10대 이슈 중 하나로 사물인터넷을 꼽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사물인터넷이 교통, 환경 등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까지 보고 있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사물인터넷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정보위원회에서 6대 혁신기술로 선정해 기술을 중점 개발중이며, 중국도 정부에서 2020년까지 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도 정부 차원의 신산업창출전략을 발표했으며, EU 또한 공동연구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우리나라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내년을 사물인터넷의 원년으로 보고 관련 정책을 수립해 내년 초 발표할 예정이다. 김정삼 미래부 인터넷신산업팀장은 "지난 10월부터 전담 연구반을 구성해 정책을 만들고 있다"며 "표준 기술과 체계적 육성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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