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를 하루 앞둔 16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대규모 행사를 열었다. 국가전복기도 혐의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이후 체제유지의 근간인 군부를 동원해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의 최측근인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은 "전쟁은 광고를 내고 하지 않는다"며 전쟁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위협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조선중앙방송은 북한군 장병들이 이날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 광장에서 충성맹세모임을 가졌다고 전하면서 최룡해 등의 발언을 소개했다. 최룡해는 맹세문에서 "우리의 총대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를 결사옹위하고 오직 최고사령관 동지의 영도만을 받드는 억척불변의 김정은 총대"라고 강조했다. 또 "최고사령관 동지의 사상과 뜻을 받들지 않고 딴길을 걷는 자, 최고사령관 동지의 영도를 거세하려는 자들은 그 누구든, 그 어디에 숨어있든 끝까지 찾아내어 잿가루도 남지 않게 불태워버리겠다"는 강성발언을 쏟아냈다.
최룡해는 특히 "우리들은 전쟁은 광고를 내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언제나 고도의 격동상태를 견지하며 적들이 감히 선불질을 한다면 침략의 본거지들을 모조리 타격하여버리며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기어이 성취하겠다"며 대남 도발 가능성도 언급했다. 최룡해의 위협 발언은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의 위기조장용으로 풀이된다.
충성모임에는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리영길 군 총참모장, 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윤동현 인민무력부 부부장 등 군부 고위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올 5월 군 총참모장에서 물러난 김격식 대장도 눈에 띄었다. 인민군 육군,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의 분열행진도 진행됐다.
한편 최룡해는 지난 5월 중국 방문 당시 자신이 김정은에게 직보한다고 말했다고 홍콩 봉황망이 보도했다. 봉황망은 정치평론가 두핑이 15일 봉황위성TV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왕자루이 중앙대외연락부장이 당시 중국을 찾은 최룡해 총정치국장에게 '누가 김정은에게 북중관계를 직접 보고하느냐'고 묻자 최룡해가 '바로 나'라고 대답한 것을 권위 있는 소식통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핑은 최룡해가 방중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면서 최룡해의 권한이 이때부터 장성택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두핑은 "중국도 그때쯤 북한 권력 구도의 변화 가능성을 예감했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장성택 처형 이후 냉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북한 상황을 이미 관찰하고 대비책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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