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대권 재도전 의지 피력으로 친노 진영이 재결집하면서 김한길 대표의 입지가 크게 축소되고 있다. 대선 1년을 맞은 정치권이 새누리당의 친박과 민주당의 친노의 대결구도로 재편되고 정작 야당 대표는 시야에서 사라지는 형국이다.
장하나, 양승조 의원의 돌출발언 파문이 수그러들자 이번엔 '친노발(發) 악재'가 주말과 휴일을 강타했다. 문 의원이 14일 1,000여명이 넘는 지지자들과 함께 북콘서트를 열고 15일 노무현재단 송년회에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사건'과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국가전복음모사건'을 "동종의 사건"으로 규정한 것이 발단이었다. 새누리당으로부터 십자포화가 쏟아졌고 김 대표는 이를 방어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당 핵심관계자는 "당초 국정원개혁특위에서 성과를 얻고 자연스럽게 연초부터 특검 이슈를 복원한다는 스케줄이지만 정작 다른 데서 유탄을 맞는 상황이 반복돼 안타깝다"며 "NLL 대화록 공개 국면부터 당이 뭘 해보려 할 때마다 친노측이 방향을 틀어놓으니 속이 탄다"고 말했다. 특위ㆍ특검 문제와 입법, 예산안 처리 문제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정국 흐름이 엉뚱한 데로 쏠려 김 대표의 지도력이 무색해지고 있는 점을 토로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 개혁과 특검 도입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책임론이 재부상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여기에 장성택 처형으로 북한 정세의 불안정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정원 개혁을 세차게 밀어붙일 여지도 좁아졌다. 더욱이 한사코 특검 도입을 반대하는 새누리당의 방어를 뚫어야 하는 상황이라 김 대표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직을 걸겠다"며 배수진을 친 만큼 어느 것 하나라도 삐끗할 경우 할말이 없게 된다.
이 때문인지 김 대표는 지난 주말 일체의 외부일정을 잡지 않았고 16일엔 지역위원장단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정국구상에 들어갔다. 특히 김 대표가 이날 최고위에서 대선 1주년 상황을 진단하면서 "과거의 상처를 딛고 새 미래를 향해 전진해야 할 대한민국호가 정쟁의 암초에 부딪혀 좌초 위기에 놓였다"고 언급,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권뿐 아니라 친노를 에둘러 비판한 것 아니냐는 것으로, 이는 곧 문 의원과 친노 그룹이 야권 주도권을 갖는 상황을 사전에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당 관계자는 "계파이익에 매몰된 친노 강경파가 대선패배의 원인을 깊이 반성하지 않고 정국을 엉뚱하게 몰아간다면 내년엔 민주당 상황이 크게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 주변에선 김 대표가 야권 리더십의 분산이 초래될 경우 연초부터는 친노 진영과의 충돌을 마다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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