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17일)를 앞두고 16일로 예상됐던 북한의 중앙추모대회가 이날 열리지 않았다. 주석단 인물 배치를 통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이후 북한의 권력지형 변화에 주목하던 국제사회가 허탈해진 순간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하루 종일 북한 매체의 보도가 없는 것에 비춰 중앙추모대회가 2주기 당일인 17일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주기 때는 사망 전날인 12월16일 성대하게 중앙추모대회를 치르며 생중계와 녹화방송으로 선전에 주력했던 터라 1년 사이 북한의 달라진 모습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전매특허인 '김일성 따라하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북한은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 이후 1주기 중앙추모대회를 사망 전날인 95년 7월 7일에, 2주기 추모대회는 당일인 96년 7월 8일 개최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와 올해 김정일에 대한 추모대회 일정과 똑같다.
실제 김정은은 지난해 4월 김일성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공개연설을 통해 외모와 말투, 행동까지 따라 하며 '김일성의 아바타'로 불렸다. 주민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서며 스킨십을 하는 모습도 할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김정은은 자신의 부족한 리더십을 채우기 위해 김일성의 향수를 떠올리는 행동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젊은 김정은의 입장에서 볼 때 사회 전체가 가라앉는 추모 분위기가 지속되는 것보다는 북한 주민들이 하루 빨리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와 경제에 올인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와 중앙추모대회를 17일 하루에 끝내려는 심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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