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주변국과 긴밀한 운명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내년 중국 외교의 주요 방침으로 선언했다. 이는 지난 10월 주변국이 중국과 운명공동체란 생각을 갖도록 하라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지시가 본격화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왕 부장은 16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새출발, 새이념, 새실천-2013 중국과 세계'포럼에 참석, "2014년은 중국 외교가 전면적으로 개척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중국 외교의 5대 방향을 밝혔다. 그는 "첫째, 대국관계의 틀을 건강하게 발전시킬 것"이라며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과의 고위층 교류 및 상호 신뢰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어 "둘째, 안정되고 우호적이면서 번영하는 주변 전략을 구축, 주변외교공작좌담회 정신을 관철시키겠다"며 "주변국과 선린우호 및 상호이익의 협력을 강화해 긴밀한 '주변 운명 공동체'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변외교공작좌담회는 지난 10월 시 주석 주재로 개최된 회의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들과 국무위원,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 성원 등이 모두 참석했다. 이는 중국이 앞으로 경제를 무기로 주변국을 압박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란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왕 부장은 특히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6자회담 재개를 쟁취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반도의 비핵화란 북핵뿐 아니라 주한미군 핵무기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는 또 "국가의 주권과 존엄을 흔들리지 않고 지켜낼 것"이라며 "인접한 주변국과 사이에 존재하는 영토 및 해양 권익 분쟁에 대해선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본과 필리핀, 베트남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왕 부장은 셋째,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과의 전통 우의도 더 한층 심화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넷째, 국내 개혁의 전면적인 심화를 위한 경제 외교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실크로드경제벨트 구축,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21세기해상실크로드 건설, 한국 및 호주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완성, 중국-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자유무역구 업그레이드에 힘을 쏟겠다고 명시했다. 또 한중일 FTA 협상은 계속하고,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개방된 태도를 갖겠다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마지막으로 홈그라운드 외교에도 주력하겠다고 소개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비롯 2014년 중국에서 개최되는 각종 국제 행사에서 중국의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의미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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