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설 20주년을 맞는 제10회 광주비엔날레 주제가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로 확정됐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지난 13일 재단 회의실에서 제시카 모건(영국ㆍ45) 총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주제 및 전시구성, 추진 방향 등을 발표했다.
20주년 기념전이기도 한 내년 비엔날레 주제인 터전을 불태우라는 '창조적 파괴'와 '새로운 출발'이란 모순된 개념을 지녀 광주비엔날레가 추구해 온 실험성과 변화정신, 광주의 역사 등을 잘 반영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시카 모건 감독은 "1980년대 대중을 열광케 한 뉴욕 출신 진보주의 그룹 '토킹 헤즈'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Burning down the house는 기존 낡은 체제를 뒤흔들면서 '광주비엔날레 정신'을 미학적으로 구현함과 함께 실험성과 혁신으로 세계 미술계를 주도하고 있는 광주비엔날레 정체성을 아우르는 주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토킹 헤즈 콘서트에서 청중들에게 '집을 불태워라'라는 구호를 외쳤는데 그 격렬했던 현장은 서양생활방식에 대한 지적인 비판으로 확장됐다"며 "언젠가 이 제목을 써먹으려고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는데 광주비엔날레 설립 정신과 취지에 꼭 맞아 차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지난 역사 속에서 일어났던 파괴와 재생의 순환을 탐구하는 예술의 변증법적 역할을 추적하는 과정이다. 불 지르기는 역동성과 변화를 의미하며 정체성 인종 국적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려는 의도를 담게 된다.
내년 광주비엔날레는 현란한 소리와 움직임, 극적인 퍼포먼스 등이 대거 등장하면서 기존의 질서 체계를 뒤집고 억압에 저항하려는 예술의 유쾌한 역할을 소개할 계획이다.
그동안 광주비엔날레 5개 전시실을 동선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계해 작품을 전시했으나 이번에는 각 전시실을 별개의 '집'으로 꾸며 기존의 전시공간이 갖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게 된다. 또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가장 밀접한 중외공원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해 관람객 동선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특히 burning down the house 가사 내용에 맞는 무용 안무 음악 퍼포먼스 등을 주요 모티브로 사용할 예정이어서 연극과 뉴미디어, 영상, 건축 등이 다양하게 어우러질 전망이다
내년 개막식 때 지역 주민들을 초청해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5개 현장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제10회 2014광주비엔날레는 내년 9월 5일부터 11월 9일까지 66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시내 일원에서 열린다.
한편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20년 동안 권력지향적 문화정책을 펴 온 다른 미술관과는 대조적으로 동시대적이고 시사적이면서 창조적인 표현의 다양한 범주를 제공하는 유동적이고 유연한 전시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시카 모건 감독은 "소리와 움직임, 극적인 퍼포먼스 등을 포함한 일련의 시도를 통해 기득권층을 비판하는 예술의 힘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민주화운동의 발생지인 광주라는 장소에 적합한 건설적이고 동시에 혁신적인 하나의 '문화운동'을 제안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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