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로구 창신동 '봉제마을'은 이름처럼 봉제공장들이 밀집한 마을로 같은 일을 하는 4,817세대가 모여 살고 있다. 재개발 예정지인데다 공장이 밀집하다 보니 문화환경이 열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마을사업을 제안하면 시가 예산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들은 학부모와 지역아동센터 활동가들은 낡은 봉제공장을 임대해 도서관을 설립키로 하고 지원을 신청했다. 주민이 직접 페인트칠과 바닥공사를 하고 집에서 가져온 책으로 조촐하게 만들어진 '뭐든지 도서관'은 올해 1월 이렇게 만들어졌다. 마을사람들은 자원봉사로 도서관을 운영하는 한편, 봉제공장에서 나온 자투리천을 모아 '제로웨이스트티셔츠'를 제작해 마을 상품으로 판매도 한다. 이경자 종로구 마을공동체 지원팀장은 "이 곳 주민들은 하루빨리 돈을 벌어 동네를 벗어나고 싶어했다"며 "도서관의 가장 큰 효과는 주민들이 마을에 애착을 갖게 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구로구 S빌라에 사는 A씨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는 주는 '캣맘'으로 활동하다 다른 입주민들로부터 고소, 고발을 당했다. A씨 때문에 동네가 지저분해진다는 이유였다. 다툼이 끊이지 않자 이 빌라 앞 경로당 노인들이 나섰다. 경로당 평상에서 A씨와 빌라 주민들의 이견을 중재한 것이다. '평상 화해'의 위력을 실감한 주민들은 올 초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에 '마을 평상'을 하나 더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9월 평상이 설치됐고 가든빌라 주민들은 경로당, 입주자 대표, 어머니회 등 30명으로 이뤄진 '마을소통위원회'를 구성해 갈등이 생길 때마다 이곳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 시작했다. 구로구 마을공동체 지원팀 주무관은 "주민들이 대화의 물고를 튼 후 이제는 아파트 담벼락에 마을텃밭상자 300개를 만들어 함께 가꾸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이처럼 올 해 지역적 특성과 주민의 역량을 마을 자원으로 활용해 좋은 마을 만들기에 공헌한 8곳을 '2013 우수마을공동체'로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우수마을공동체는 서울시 마을공동체담당관, 시 사업부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마을활동가 등 총 16명의 평가단이 4개 조로 나눠서 지난 10월 23일부터 30일까지 자치구에서 추천한 50여개 마을을 직접 현장 평가해 선정했다.
선정된 우수마을은 앞의 두 사례를 비롯해 ▲금천구 중앙하이츠 희망지기 ▲강동구 고덕공무원 상록아파트 ▲노원구 공릉동 꿈마을 아파트 ▲강북구 도란도란 햇살마을 ▲성북구 아름다운 북정마을 ▲은평구 제각말 푸르지오 아파트 등 8곳이다.
시는 17일 시청 별관에서 우수마을 사례를 발표하고, 내년 1월 이들 사례를 담은 책자를 발간할 예정이다.
조인동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어떤 마을에서나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생활형 사례들을 선정했다"며 "내년에는 더 다양하고 우수한 마을공동체가 발굴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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