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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2월 17일] '직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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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2월 17일] '직구' 시대

입력
2013.12.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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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새벽 4시 시내 쇼핑센터. 개장과 동시에 수 많은 인파 틈에 끼어 점 찍어둔 상품코너 쪽으로 달려갔지만, 벌써 품절이다. 허탈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니 전리품이라도 챙긴 듯 물건을 들고 환호성을 지르고, 어느새 전자제품을 산더미처럼 실은 대형 카트를 낑낑거리며 끌고 가고, 한 제품을 놓고 서로 먼저 차지했다고 드잡이를 하고….

■ 5년 전 미국 대학 연수 시절 경험한 '블랙 프라이데이(11월 마지막 주 추수감사절 다음날)' 풍경이다. 이날부터 12월 크리스마스까지 미 전역에서는 품목 별로 50%~90% 싸게 파는 폭탄세일이 쏟아진다. 올해는 이 행사가 태평양을 건너 국내에 본격 상륙한 원년이 될 듯하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 1주일간 해외 직구(직접 구매) 참가자가 3만7,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 명이나 늘었다. 카드업계는 올 한해 직구 결제액이 사상 처음 1조 원대를 돌파, 1조2,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직구는 해외 온라인쇼핑몰에서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해 국내로 배송 받는 소비형태다. 2010년경 국내 배송 대행업체들이 생기면서 알려지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직구를 돕는 한글사이트까지 등장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관세장벽이 낮아진 것도 또 다른 배경이다. 국내 제조ㆍ유통업체들이 '국내 소비자만 봉'이라는 인식을 바꾸지 않은 한, 직구 열풍이 꺾일 것 같지 않다. 신세계는 내년 유통 키워드로 국경 장소 시간 등의 경계를 넘어선 '탈경계화(BEYOND)'를 제시, 이런 전망을 뒷받침했다.

■ 이런 가운데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지난 3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 만으론 대형마트 및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중소상권 침해를 막기 어려운 만큼 지자체가 특정 제품을 '상생품목'으로 지정해 이들 매장에서 팔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골목상권을 지키려는 충정은 이해하지만, 국경 없는 소비로 유통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대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지 회의와 안타까움이 앞선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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