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사별 후 찾아온 우울함과 허전함을 잊게 해준 것이 바로 함께 공부한 친구들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만학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준 것도 동문수학한 친구들 덕분이죠."
15일 대전 용산동 한국방송통신대 대전ㆍ충남지역대학. 방송대 문화교양학과에 다니는 여대생 6인방이 진지한 얼굴로 시험을 치렀다. 평균나이 66세인 이들은 김낙금(75), 박주순(64), 서순희(65), 문산월(66), 이영월(64), 이효숙(63)씨로 모두 충남 서산시라는 '지연'으로 뭉쳤다. 수 십 년 간 동네 이웃으로 알고 지낸 김씨 등은 젊은 시절 학교가 없어지거나 생업이 바빠서, 또는 어린 나이에 결혼과 출산을 하게 돼서 어쩔 수 없이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이들은 60대가 돼서야 다시 손에 책을 쥘 여유가 생겼고 서산시 서령중ㆍ고등학교에서 운영한 검정고시반에서 함께 공부해 2009년 고졸 검정고시 합격증을 땄다.
때마침 맏언니 김낙금씨의 딸이 방송대 문화교양학과 진학을 권유했고, 이들은 함께 방송대 서산시 학습관을 찾아가 진학 상담을 받아 2010년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이영월씨는 "건강이 좋지 않은 남편 병간호에 바빠 대학 진학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함께 검정고시를 준비한 언니, 동생들이 다 대학을 간다는데 혼자만 빠질 수 도 없고 아쉬워 방송대에 진학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 공부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수업을 듣기 위해 필요한 컴퓨터 사용부터 난관이 잇따랐다. 서순희씨는 "대학 입학 기념으로 아들이 컴퓨터를 마련해줬지만 사용법을 몰라 답답했다"며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교복입은 학생들이 지날 때마다 붙잡고 사용법을 물어볼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럴수록 이들의 학구열은 뜨겁게 달아 올랐다. 이영월씨는 지난해 11월 교통사고를 당해 8개월간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했지만 아들이 가져다 준 교재와 노트북, 스마트폰으로 병원 침대 밥상을 책상 삼아 열심히 공부했다. 그는 3학년 3학기 기말고사를 성공적으로 치러 전 과목을 이수하는데 성공했다.
'동시에 함께 졸업하자'는 이들의 당초 목표는 아쉽게도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개인별로 이수에 실패한 과목이 있는 경우 학교를 좀 더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배움은 즐겁기만 하다. 박주순씨는"문화교양학과에 들어와 대학생이 알아야 할 사회 문화적 지식을 충분히 쌓았다"며 " 졸업 후에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공부하고 싶다" 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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