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증권사 인수합병(M&A)을 촉진하기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증권업계의 반응은 차갑다. 당국이 증권사 숫자 줄이는 데만 급급했지, M&A를 하도록 유인하기엔 대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증권회사 M&A 촉진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잘 나가는 증권사들의 M&A를 독려하는 대신 실적이 부진하고 빚에 허덕이는 증권사는 퇴출로 내몰겠다는 내용이다.
물론 업계도 M&A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엔 동의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수익성을 반영하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올해 2%대까지 추락하는 등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며 "공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M&A를 통해 현재 62개에 달하는 증권사 수를 줄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M&A를 추진하는 증권사에 대해 투자은행(IB) 자기자본 요건을 3조원에서 2조5,000억원으로 낮춰 주고, 개인연금신탁업무 및 사모펀드운용업 겸영 허용 등의 당근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찬찬히 따져보면 이런 유인 방안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정길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인센티브로 부여되는 라이센스는 이미 다양한 선발 진입자들이 존재해 수익을 크게 얻지 못하고 있고, IB 관련 프라임브로커리지 서비스는 대형회사 안에서도 이미 과점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금저축과 관련된 개인연금신탁만 해도 보험 은행 증권에서 판매 중이어서 가입자 증가율이 높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사실 다른 증권사를 인수할 여력이 있는 증권사도 많지 않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비용절감에 급급한 상황에서 M&A로 생겨나게 되는 고정비나 고용승계 부담을 감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인수 대상이 될 증권사 입장에서도 현상 유지를 하면서 M&A를 피할 구멍이 존재한다. 예컨대 2년 연속 적자와 레버리지(총자산/자기자본) 비율이 900% 이상인 증권사가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지만,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증권사는 사실상 없어 실제 퇴출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란 얘기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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